27일 개성에서 열린 ‘용천 폭발사고 구호’를 위한 남북 당국회담은 지난 1984년 9월 남한의 수재 구호를 위한 남북 적십자 접촉 이후 20년 만에 열린 남북 간 재난구호 접촉이다.
20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는 지원하는 측과 지원받는 측이 서로 바뀌고, 회담 주체도 민간단체인 적십자에서 양측 당국 간 회담으로 격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리 정부 대표단은 북측의 입장을 청취한 뒤 우리측의 긴급 구호방안 및 중장기 지원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긴급 구호 차원에선 우선 의약품 72종, 의료장비 및 의료비품 91종, 응급구호품 3000세트, 컵라면 10만개, 생수 1만병, 담요 3000장, 운동복 3000벌 등 100만달러 상당의 긴급 구호품을 이른 시일 내 지원하겠다고 했다.
우리측은 또 북측이 26일 난색을 표명한 의료진과 병원선 파견도 다시 제안했다. 의료진 파견은 부상자 응급치료뿐 아니라 남북 의료 분야 협력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장기 피해복구 지원 구상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27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시설 복구용 자재·장비와 기술인력의 파견 문제를 오늘 회담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의 긴급 구호도 중요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지역의 시설복구 문제라고 보고 중장기 지원 구상을 제의한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부연했다.
우리측의 제안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은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구호품의 ‘육로 전달’에 난색인 이유가 우리측 인원이 북한 내부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미뤄볼 때 우리 지원인력이 직접 사고현장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는 복구 자재·장비만이라도 보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내부 체제 단속에 신경을 쓰면서 조심스레 손을 내민 북측의 입장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20년 만에 열린 이번 남북 구호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 84년에 있었던 남북 구호회담이 그 1년 전인 1983년 10월 미얀마 랑군에서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일행에 대한 폭탄테러 이후 냉각됐던 남북관계를 반전시켰던 전례가 있었던 점을 염두에 둔 기대다.
84년 구호회담은 이후 85년 남부 간 첫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단의 서울·평양 교환방문으로까지 이어졌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작성일:2004-04-27 18:05:53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