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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리고 벗겨지고…처참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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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chosun
등록일
2004-04-26 17:49:38
조회수
4159

◇25일 북한의 한 병원에서 용천 열차 폭발사고로 안면화상 등 부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침대에 누워 있다(왼쪽 사진). 이들 학생들이 다니던 용천소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쓰던 가방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아래 사진). 이 사진들은 세계식량계획(WFP)이 촬영해 제공했다. / 뉴시스

“진통제조차 부족한 병원은 어린 환자들로 넘쳐났지만 신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검게 그을린 아이는 의식불명이었고, 지켜보는 부모도 인사불성이었다. 침상도 모자라 체구가 작은 꼬마 환자는 병실 한 켠 캐비닛 위에 누워 있었다.”

폭발사고가 터진 지 나흘째. 참혹한 부상자들의 실상이 25일 현지 병원을 찾은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6일 이 서글픈 광경을 ‘고요한 희생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폭발사고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곳은 주로 신의주의 평북도병원·시(市)병원·산원(産院)병원·방직병원 등. 수용능력이 200~400병상인 이 병원들은 통로까지 환자들로 가득찬 상태다. 25일 국제구호단체 요원들이 방문할 수 있었던 곳은 신의주의 평북도 병원이었다.


이곳에 수용된 환자 360여명 중 60% 이상이 어린이들이다. 사고 당시 인근 학교에 있었던 이들은 거대한 폭발음에 고개를 돌렸다가 유리·돌 파편과 폭발 열기를 맞고 큰 상처를 입었다. 토니 밴버리(Banbury) 유엔식량프로그램(WFP) 아시아지역국장은 “많은 환자들이 눈을 심하게 다쳤다”고 전했다.

WFP 직원인 리처드 레이건(Ragan)씨는 행여 병실이 비명과 신음으로 뒤덮여 있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상하게도 병원이 너무 조용하더군요. 환자들은 정말 조용했어요” 그것도 잠시, 그는 환자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 더 놀랐다.

병실마다 가득한 아이들의 몸뚱아리는 화상에 검게 그을리거나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뒤틀린 사지는 폭발의 충격을 실감케 했다. “5명을 봤는데 완전히 불에 타 있었어요. 얼굴은 거의 벗겨져 있었고요” 레이건씨는 아이들이 대부분 “7~8세 정도 되는 어린이들이었으며 부모는 완전히 인사불성이었다”고 말했다.

병원 사정은 더 절망적이었다고 한다. 밴버리 국장은 “이들(병원측)이 환자 전부를 돌볼 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게 너무나 분명해 보였다”고 했다. 항생제며 진통제, 스테로이드는 물론이고 소독용 거즈조차 부족했다. “(필요한 물품) 거의 전부가 없었다”고 밴버리 국장은 말했다.

의료 장비 또한 고장이 나거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지 아예 코드가 뽑힌 상태였다. 애가 타는 것은 병원 안의 환자나 의료진만이 아니다. 용천에 가족이나 친지, 지인을 둔 사람들은 사고 이후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의 생사조차 모른 채 마음만 졸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상자 명단도 공식 확인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레티 밴더스탭(Vanderstap) 북경 주재 국제적십자연맹 대표는 “보통 재해가 닥치는 경우, 가족이나 친지들이 사상자를 확인하는 것을 돕기 위해 생존자등록본부가 세워지는 게 보통이지만, 북한은 그런 것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중국 간 국경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남편을 둔 한 여성은 “이제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이라곤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둥=이광회특파원 santafe@chosun.com
/전병근기자 bkjeon@chosun.com
작성일:2004-04-26 17:49:38 203.255.11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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