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12일 ‘2007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매년 세계적으로 80만명(이 중 여성 80% 이상·미성년자 50% 이상)이 인신매매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무부는 2000년 제정된 ‘인신매매 피해방지법’(TPVA)에 따라 2001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과 피해 상황을 분석해 보고서를 낸다. 올해는 북한·미얀마·시리아 등 16개국이 최소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3등급’ 최악 국가군으로 분류됐다. < 표 >

◆ “탈북자 성착취·강제노동 내몰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비참한 북한 상황을 피해 중국 국경을 넘은 수만 명의 북한 남녀와 아이들이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성 착취와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로, 여성들은 인신매매 조직에 붙잡혀 신부로 팔려가거나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경우도 잦다. 북한은 또 15만~20만명을 수용소에 집어넣고 노예처럼 강제노동을 시킨다. 북한 정권은 그러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 “한국 남성 ‘해외 아동 성매매춘’ 심각”

한국은 2002년 이후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여성들은 여전히 미국·일본·호주 등지에 성매매춘 여성으로 팔려간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필리핀 등의 여성들도 같은 목적으로 한국에 유입된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지방 도시에 걸린 ‘베트남 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고 쓰여진 국제결혼 광고 플래카드 사진을 게재하고, “지난해 한국에서 국제결혼은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4만3121건에 달했지만 이 중에는 돈으로 사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에서는 ‘아동 성매매춘’을 목적으로 동남아와 태평양군도 지역을 방문하는 한국 남성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높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한국인의 해외 아동 성매매춘 행위와 관련해, 아직 한 건도 기소한 적이 없다.

◆ “인도 3등급서 제외 논란”

인도에선 6500만명 이상이 강제노동에 내몰린다. 그런데도 인도가 4년째 최악 등급인 3등급이 아닌, ‘2등급 요주의 국가’로 분류된 것은 “미국과 인도의 정치적 밀월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CNN 방송은 “네그로폰테(Negroponte) 국무부 부(副)장관은 인도를 3등급에 넣으려 했으나, 라이스(Rice) 국무장관이 ‘6개월간 더 평가하자’며 ‘2등급 요주의’에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Smith) 하원의원은 “인도처럼 3년 이상 요주의 국가군에 머무는 나라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알제리·적도기니·말레이시아 등 7개국은 새로 3등급에 포함됐다. 3등급에 속한 국가는 미국에 의해 경제 제재를 받거나, 세계은행 등을 통한 원조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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