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차관 유보로 北 취약계층 더욱 어려운 처지”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지원이 지난해부터 상당히 줄어든 데 이어 앞으로 국제민간단체의 구호활동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의 취약계층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 평야지대를 돌아본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월드비전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남북 농업협력사업 10년 성과와 방향’ 제하의 심포지엄에서 북한의 식량배급제의 축소와 소득 격차로 인해 계층.지역 간 식품 소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식량차관을 부분적으로 축소한다면 무상 식량지원을 늘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만약 이러한 정책 전환이 힘들다면 2005년 중단된 WFP를 통한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지난해 곡물수확량은 440만t 가량으로, 최저치(266만t)를 기록했던 1998년 이후 생산량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최소 영양섭취량 기준으론 아직 100만t가량 부족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의 대북 농업지원이 북한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한 긴급지원에 많은 비중을 뒀다면 앞으로는 북한이 식량을 증산해 스스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의 농업개발 지원은 북한에 영농 자재만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국제기구가 추진하는 방식처럼 농업개발 목표를 설정해 종합적으로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남측이 “지원하는 장비나 농기계가 북한의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민간단체의 지원이 평양 등 대도시 근처에 편중되는 것도 문제”라며 “대북 농업지원은 중앙과 지방, 첨단기술과 전통기술, 자본집약적 기술과 노동집약적 기술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실정에 맞는 지원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를 한 월드비전의 박효근 북한농업연구소장은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핵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식의 개방화 정책을 도입한다면 그 효과는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훨씬 신속하고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또 “통일부가 남북경협을 주관하고 있지만 북한의 농업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야 할 단계가 된다면 현재의 조직만으로 부족하다”며 “남한 내에 ‘북한농업발전위원회(가칭)’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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