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의 27일 방한은 한·미간 최대의 공동 외교현안인 대북정책의 조율과 공조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대중대통령은 파월 장관을 만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으니 미국이 앞장서 북한을 이해하고 지원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파월장관은 “북한에 조건없이 대화하자고 제의해놓았으나 아직 답이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북대화를 재개하는데 열쇠는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쥐고 있는 국면이란 얘기로, 미국의 정부 입장에 변화를 줄 게 없음을 밝힌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한다는 데는 함께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북한을 달랠 것이냐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미국에 대해 북한 역시 강경한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어, 김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기대대로 빠른 시일내 미북대화가 재개되고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월 장관 스스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북한이 대화에 응해온다 해도) 그 이후에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고 정부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앞서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는 양국 동맹관계에 기반한 대북 정책공조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 햇다. 미·북 대화가 언젠가 이뤄지고 난 뒤, 그리고 향후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이같은 공고한 동맹관계가 언제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파월 장관은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오는 9월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미·일 3개국간의 안보조정 협의체인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여기에다 우연하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방문길에 나선 직후 그의 방한이 이뤄져 북한을 둘러싼 정세변화는 양국간 논의에 특별한 비중을 차지했다.
/허용범기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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