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산간지방 농촌들에서는 최근 누에고치 따기가 한창이다.

7월 들어 누에고치 주산지인 자강도를 비롯해 각지의 고치농장, 잠업전문협동농장과 잠업작업반에서는 더 많은 누에고치를 따 들이기 위해 근로자들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북한방송들은 전했다.

북한방송에 따르면 각지의 누에고치 생산지들에서는 지난 3월부터 누에알 깨우기, 어린 누에치기, 뽕밭 비배관리, 김매기, 뽕밭 지력(地力)높이기 등 누에고치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 왔으며 최근에는 각 농장별로 누에고치 생산 실적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에서 누에고치는 현재 경제적 실리를 거둘 수 있는 대표적 작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입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수출 주종품으로서 외화 획득의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전문 계간지 「경제연구」 2001년 제1호는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업생산에서 실리를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투자의 효과성이 높은 작물로 누에고치를 꼽았다.

「경제연구」는 가령 자강도의 경우 1정보당 옥수수 생산량은 평균 4t, 누에고치 생산량은 1t이라고 가정할 때 누에고치를 생산해 팔아 옥수수를 사오는 것이 같은 땅에서 옥수수를 생산하는 것보다 39배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즉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누에고치 1t당 가격은 1만3천874달러, 명주가격은 4 만2천300달러, 옥수수 88.19달러이기 때문에 결국 1정보당 157t의 옥수수를 얻는 것 으로 된다는 것이다.

누에고치는 자강도와 함남, 평북도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다.

지난 45년 이후 북한의 산간지대에서는 뽕나무 재배와 양잠이 크게 장려돼 왔으 며 누에고치는 이 지역 협동농장 주민들의 중요한 부업이 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 여성들은 양잠 농장과 비단공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역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 90년대에 이 지방들에서 생산되는 누에고치 가운데 최상품 20%는 평양방직공장 등 내수용으로 보내지고 나머지 80%는 일본과 대만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93년경부터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서 수출 판로가 막히게 되자 북한 당국은 이른바 `누에치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각 도의 잠업장. 잠업검역소 등 잠업관련 국가기관의 주관아래 잠업기술 지도사업을 적극 강화했다.

예컨대 자강도 자성군에서는 양잠 기술지도원들을 각 누에농장에 파견해 강습회를 개최하고 온.습도 보장. 소독사업. 단백질 먹이의 생산방법, 뽕밭김매기, 뽕나무관리와 누에병 방지 등에 대한 기술 지도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특히 북한의 양잠사업에서 누에고치 생산기술이 크게 향상되게 된 것은 지난 96년부터 실시해온 유엔산하기구인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지원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87년 2월에 IFAD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지난 91년부터 북한을 방문했던 IFAD 관리들은 양잠이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사업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양장사업을 가장 유력한 대북 협력사업으로 지정하게 됐다.

지난 95년과 96년에 연이은 수해로 이 양잠 농장들이 파괴되자 IFAD은 북한에 대한 첫 지원사업으로 약 1천570만 달러에 이르는 양잠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이 지원사업은 첫째 기존의 양잠 농장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며, 둘째 이 농 장들의 뽕나무 재배와 누에고치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지원대상은 원래 평안북도내 28개 농장이었으나 이후 자강도내 농장 7개가 더 추가됨으로써 모두 35개 농장으로 늘어났다.

이 사업은 모두 6년 계획으로 추진됐으며 IFAD의 1570만 달러 그리고 북한 당국이 약 420만달러 등 모두 2천400만달러 정도의 기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 당국과 IFAD측은 사업초기에는 서로의 업무절차에 따른 이해 부족과 양잠 공장 등의 운영 중단으로 사업진척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곧 이를 회복하고 최근에는 양잠생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으 며 지난 2년간 북한의 양잠산업 규모는 세계 양잠 시장의 약 2%를 차지할 정도로 크 게 늘어났다.

북한 당국자는 양잠사업의 결과 35개 농장주민들의 생활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RFA 보도에 따르면 35개 농장 가운데 우선 2개 농장에 대한 가계수입을 조사한 결과 지난 99년에는 각 가정당 한해 평균 375원(북한화폐단위)에서 575원 정도 수입이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약 1천500원 정도 수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양잠 개발 사업에 참여한 협동농장 주민의 75%가 과거에 는 없던 텔레비전과 자전거 등을 소유하게 됐다고 IFAD측에 보고할 정도로 상당한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잠업은 이제 북한 농촌의 새로운 높은 소득원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음을 반영해주고 있어 올해의 누에고치 생산 실적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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