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리빙데이라이트

다정다감한 007, 티모시 달튼

MBC TV 밤11시. ★★★(별 5개 만점). 영국배우 티모시 달튼이 4대 본드로 데뷔한 007시리즈 15편. 에이즈에 경각심이 높아가던 시기라 섹스 없는 본드, 다정다감한 페미니스트 본드로 묘사했다는 게 화제였다. 스토리와 액션 모두 수준급. 소련 KGB 장성(제론 크라베)의 위장 망명을 둘러싸고 체코 오스트리아 모로코 아프가니스탄을 누비며 대형 액션을 펼친다. 굼뜬 로저 무어에 식상해있던 007 팬들에게 귀족적이며 지적인 달튼은 신선했다. 하지만 낙천적인 원래 본드 이미지에 비해 다소 어두워 보이는 게 약점이어서 오래 가지못한 채 피어스 브로스넌에게 바톤을 넘겨야 했다. 본드걸 메리엄 다보도 청순한 이미지로 눈길을 끌었다. 감독 존 글렌. 원제 The Living Daylight. 87년작, 130분.

◈머더 1600

백악관 살인 사건과 흑인 형사



KBS 2TV 밤10시. ★★☆. 백악관 경호원(다이언 레인)과 워싱턴경찰국 형사(웨슬리 스나입스)가 권력 음모를 파헤치는 액션 스릴러. 대통령 부자의 추악한 섹스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고급 콜걸이 백악관 화장실에서 피살체로 발견된다. 백악관측은 청소부를 희생양으로 몰아간다. 북한 인질 안위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상황을 비롯해 제법 규모 크던 이야기는 점차 용두사미가 돼간다.

반전을 남발한 끝에 밝히는 전말도 맥없고 구태의연하다. 하지만 시종일관 정치와 권력에 냉소를 보내는 게 좋아 보인다. 스나입스의 액션을 잘개 쪼갠 커트로 속도감있게 잡아냈고, 백악관도 정교한 세트로 재현했다. 감독 드와이트 H 리틀. 원제 Murder At 1600에서 1600은 백악관 번지 수. 97년작, 107분.

◈벅시말론

알란 파커 상상력 돋보여

EBS TV 밤10시35분. ★★★. 영국의 독창적 스타일리스트 알런 파커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든 뮤지컬. 어린 배우들을 동원해 뉴욕 갱스터 벅시의 일생을 패러디한다.

재기 넘치는 각본, 흥겨운 음악으로 슬랩스틱 멜러드라마를 시도했다. 조디 포스터를 비롯한 어린이들이 어른 옷을 입고 어른처럼 사랑 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원제 Bugsy Malone. 76년작, 94분.

/오태진기자 tjo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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