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벡톨 미국 해병대참모대학 교수

한미동맹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당국자들이 털어놓지 않는 미국의 속생각을 솔직하게 듣고자 7일 해병대 참모대학 브루스 벡톨 교수를 만났다. 벡톨 교수는 ‘한미동맹의 변화와 향후 도전 및 의미’ 등 한반도 안보에 대해 다수의 저서를 낸 전문가로 한국에서 4년간 근무(해병대)했고 한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미 동맹이 지금처럼 된 원인이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에 포진해 있는 386세대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주권 문제와 결부시키는 데서 비롯됐다. 아주 잘못된 인식이다. 영국군이나 이탈리아군도 전시작전권을 나토사령관에게 위임하지만 주권이 침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주국방과 주권 문제를 결부시키는 게 문제다.”

―영국이나 이탈리아가 전시 작전권을 나토에 위임하는 이유는?

“전쟁이 나면 단일 지휘권이 발휘돼야 전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적극적으로 전시작통권을 넘겨주려고 하는데.

“미국은 이번 일이 반미 감정으로 흐르는 것보다 차라리 전시작통권을 넘겨주는 게 낫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군이 전시작통권을 단독행사하게 되면 나타날 문제는?

“한국군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다. 한국군과 미군은 지금까지 분업 형태로 군사동맹을 유지해왔다. 아주 단적인 예로, 한국군이 특전사 병력을 제공하면, 미군이 엄청난 양의 C130수송기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양국은 전시에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셈이다. 그러나 한국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게 되면, 이 같은 수송 능력을 스스로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매우 요원한 일이다.

한국은 전시에 미군의 도움이 없으면 특전사를 북한 후방에 침투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이 같은 군사적 분업은 깨지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막아낼 방법도 없다. 한국은 구형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갖고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군은 C4I 시스템도 없다. 정보전을 치를 능력이 안 된다는 얘기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 행사하려면 미군이 보유한 전력을 상당 부분 가져가야 하는데, 한국군은 아직 그럴 자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한다 하더라도 주요 전력을 미군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면 굳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면 한국은 이른 시일 내에 결코 혼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없다.”

―전시작전권 문제가 한미 안보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최악의 경우에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완전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안보 동맹은 앞으로 그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전시 작통권을 한국이 단독 행사하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은?

“전시에 양국 군 조직이 이원화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휘권이 단일화돼야 하는 건 상식이다. 불과 40㎞ 북쪽에 북한의 120만 군대가 남한을 겨냥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전시 작통권이 이원화되면 즉각 대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미동맹이 무너지는 걸 의미하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한미 군사 동맹이 미일 군사 동맹식으로 갈 것 같다. 한국의 사정에는 맞지 않는 구조다. 일본은 북한이라는 주적이 없다.”

―지금까지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돼온 한미 동맹을 왜 지금처럼 바꾸는 건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주권을 내세워 작통권을 환수한다면서 불거졌다. 한국이 시작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 군사 동맹은 이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돼왔다. 한미연합사가 없어지면 이 같은 양국 군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도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한국과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미 의회가 미군이 한국군을 보조하는 것이라면 굳이 한국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작통권 이슈가 수그러들 것으로 보는가?

“공은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 이슈는 지속될 것이다.”/워싱턴=최우석특파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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