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미 양국은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제38차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군이 전쟁 중 행사하는 작전계획 및 작전명령권, 즉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관한 ‘로드맵’을 공표할 계획이다.

한국전(戰) 발발 직후 북한의 남침을 홀로 막아낼 수 없었던 한국은 유엔의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전쟁 개시 20일 후 작전통제권을 유엔군 맥아더 사령관에게 이양하였다. 전쟁 종료 후 냉전의 절정기를 지나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유엔사령부로부터 한미연합사로 이전되었다. 이후 냉전 종식은 한·미동맹 ‘재조정’의 기회를 제공했다.

미 의회도 90년 ‘넌·워너 수정안’에서 미군의 역할을 지원 역할로 전환해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겨줄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93년도에 발생한 북핵 위기로 인해 한·미 양국은 동맹 재조정을 뒤로 미루고 94년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합의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3년 11월 25일 부시 미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 재조정 작업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9·11 사태를 겪은 미국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군을 재배치하고 동맹을 변화시켜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미동맹 재조정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동시에 감안할 때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명분’의 문제인 동시에 ‘실리’의 문제다. 따라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환수를 위한 목표 연도를 정하지 않을 경우 여건 조성을 위한 추진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수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능력과 대내외 안보환경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대북 군사억지전력과 첨단 정보시설 등과 같은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지전략, 전쟁기획,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습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소프트웨어는 결국 지구상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해본 국가인 미국으로부터 ‘전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가 서로를 굳게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작전통제권 환수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로드맵의 정치화’다. 오는 10월 한·미 양국에 의해 로드맵이 발표되면 이를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민족 공조’ 등으로 연결하려 하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로드맵 자체가 정치화되어 로드맵 이행은 물론 한·미관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지 않는 이상, 작전통제권이 한국에 돌아온다는 이유만으로 ‘자주’와 ‘평화’를 외칠 일이 아니다.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한·미 양국이 독자 사령부를 갖게 되더라도 위기 시 연합방위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 작전통제권이 이양되어 가는 시기, 즉 동맹의 과도기가 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취약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로드맵이 우리의 국가안보전략 및 한·미동맹의 비전과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미래의 안보환경 및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여 한국군을 어떠한 목적하에서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하고, 양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구체적 비전에 합의해야 한다. 한반도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략적 도전에 대해 한·미 양국이 동맹국으로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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