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脫미·일에 경악
미국도 脫한국 가속


7월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기 때문에 전략 환경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지만, 남북 교류 진전과 한국의 미국 이탈이라는 흐름에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최근 정책은 ‘국방에선 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노무현 정권의 인식이 출발점이고, 민족주의적 감정의 고양 속에서 ‘탈(脫)미·일, 입(入)중·북’ 템포가 빨라지면서 한국의 외교·국방 분야에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런 자세 변화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 결정자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것이 한미 동맹이다.

체니 미국 부통령이 7월 하순 발언한 대로, 미국은 한국의 방위 책임을 지고 있고, 주한미군은 앞으로도 남을 것이고, 2008년까지 추가 예산 삭감 예정은 없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미 국방부의 중추가 한미 동맹을 미국·필리핀, 미국·태국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주한미군을 미국 워싱턴주에서 일본으로 본부를 옮기는 제1군단 산하에 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근거는 불분명하다.

다만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재편을 추진하려 하자, 한국 정부는 ‘한반도 이외의 장소에서 주한미군이 이용되는 것은 미국에 의한 지역 외 전쟁에 한국이 말려들어가는 계기가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것이 그 후 미국이 한미 동맹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정권이 밝힌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이 갖겠다’는 방침은, 미국의 ‘동맹 종결론’에 박차를 가했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지상군이 줄어들고, 소수의 지상 병력과 공군만 남겨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 동맹이 지금과는 다른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늘어난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에 ‘미국과 일본에서 벗어나자’, ‘우리 민족끼리’란 발상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방부는 7월 11일 자주국방력을 강화하는 국방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에 의존해온 위성에 의한 정찰 활동을 국산 위성으로 대응하고, 2010년경에 이지스함을 배치하고 구축함과 호위함 외에 초계기 8기를 도입해 해상 방위를 강화하며, 육군에는 최신예 전차와 자주포, 공군에는 레이더 유도 폭탄 등을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필요 경비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간 151조원(약 18조엔)에 이르는, 전시 작전통제권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관되는 것을 염두에 둔 계획이다.

그렇지만, 정보 수집이 일국 단독으로 가능할까. 이지스함은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고 운용이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확실한 것은 미·일과 한·미 두 동맹이 나아가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미군 재편의 진행, 냉전 후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 대량파괴 무기 확산의 현실 등 새로운 흐름에 대응해 일본이 선택한 것은 미·일 동맹 강화였다. 한국이 선택한 것은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국방력 구축’이었다.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국과 일본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발사 예측과 제재 결의를 둘러싼 외교 활동을 수행했다. 한국에서 “일본이 필요 이상으로 소동을 피우면서 군사 대국의 구실을 만들려 하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한·일 간 기본적 입장 차이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변화는 외교 국방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변화이고, 구조적 변화인 만큼 변화의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한미 동맹의 조정이 진전되면, 미국의 한국 이탈도 병행해서 진행된다. 한국의 장래는 한국인이 결정할 일이지만, 일본에서 바라보면 최근의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정책의 진의를 오해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외교력과 국방력을 약체화시키는 방향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다케사다 히데시 武貞秀士·일본방위청 방위연구소 주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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