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광웅(尹光雄) 국방부장관이 2일 국방회관에서 열린‘전직 국방장관 초청 오찬행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에 대한 비판 등 강도 높은‘쓴소리’가 이어졌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역대 국방장관 13명을 포함한 군 원로 15명이 2일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게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윤 장관 초청으로 마련된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전직 국방장관들이 단체로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 것은 처음이어서 군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특히 이례적으로 간담회 직후 발언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성은(金聖恩·15대) 전 장관을 비롯한 역대 국방장관 13명과 백선엽(白善燁) 예비역 대장, 이정린 전 국방차관 등 15명은 이날 윤 장관에게 “지금은 전시작통권 환수가 아니라 반대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참석자는 윤 장관에게 “장관 2년 했으면 됐지…”라며 직(職)을 걸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전시 작통권 환수추진 중단’을 건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상훈(李相薰)·김성은 전 장관이 요청해 성사됐으며, 오찬을 겸해 1시간30여분간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김성은·정래혁(18대)·서종철(20대)·노재현(21대)·윤성민(23대)·이기백(24대)·오자복(26대)·이상훈·최세창(29대)·이양호(32대)·김동진(33대)·이준(37대)·조영길 전 장관과 백선엽 예비역 대장, 이정린 전 국방차관이 참석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내용이다.
▶ 이상훈 전 장관 =그동안 북 미사일 발사 등 상황이 많이 변했다. 미사일 문제는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만장일치로 제재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북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는 적절치 않다. 국가보안법보다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전시작통권 환수는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 노재현 전 장관 =전시작전지휘권은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때 양국이 공동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환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이 단독으로 행사한다는 게 맞다.

▶ 이상훈 전 장관 =윤 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을 데리고 청와대에 가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를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해야 한다. 김희상(전 청와대 국방보좌관) 얘기 못 들었나. 그런 용기도 없나. 김희상 전 국방보좌관처럼 사표 써놓고 해라. 장관 2년 했으면 됐지. 오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로드맵을 합의하기로 돼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연기를 해야 한다.

▶ 백선엽 예비역 대장 =작년 미국에 갔을 때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면담을 했고 한미동맹에 대해 3가지를 요구했다. 첫째는 동맹은 양국이 공동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동맹이 맺어질 때 한국은 일방적으로 지원을 받았다.

이승만 대통령의 현명한 통치철학에 의해 (내가)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을 맺었다. 한미동맹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이뤄졌다. 둘째, 북괴의 여러 가지 전력(戰力) 사정, 그들의 전략이 불변하고 있는데 주한미군이 더 철수해서는 안 된다.

셋째, 러포트 사령관 후임으로 중장을 보임하고 대장은 일본으로 가져간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중장이 되면 연합사가 깨진다. 이에 럼즈펠드 장관은 “한미동맹을 더 약화시키지 않겠다. 임기 내 추가 철수는 없다. 러포트 후임에 더 훌륭한 사람을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시점에서는 연합사 지휘체계와 전시 작통권은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 이정린 전 차관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는 구한말 쇄국정책과 같은 것이다. 한미동맹 깨지면 누구의 도움도 못 받는 고립무원 신세가 된다.

▶ 김성은 전 장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이 결의하는 시점이다. 전시작통권 단독 행사를 하기에는 우리 군의 정보 전력이 부족하다. 현 시점에서 전시작통권 단독 행사는 맞지 않다. 재고해야 한다.

▶ 윤광웅 장관 =역대 장관님들의 말씀하신 내용들은 위로 잘 전달을 하겠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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