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가 47년 집권기간 처음으로 권력을 임시 이양한 직후 사망설, 중병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하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카스트로는 권력 임시이양 발표 하루 만인 1일(현지시간) 자신은 장 출혈 수술 이후 의학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며 기분도 좋은 상태라며 쿠바 국민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카스트로는 이날 자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국영 TV를 통해 대독한 성명을 통해 “나는 안정된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나는 완전히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의 이 같은 성명은 쿠바 정부의 최대 실세 중 한 명인 리카르도 알라르콘 의회의장이 카스트로 권력이양후 처음으로 카스트로의 상황을 공식 언급한 데 이어 나왔다.

알라르콘 의장은 이날 국영 통신사 프렌사 라티나와 회견에서 “쿠바 지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항상 투쟁해나갈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마지막 순간은 너무도 멀리 있다”고 카스트로의 와병설을 일축했다.

쿠바와 가까운 베네수엘라 정부도 이날 외무부 성명을 통해 카스트로가 수술 이후 잘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바계인 멜 마르티네스(공화.플로리다) 미국 상원의원은 카스트로가 권력을 임시 이양했다고 발표한 것은 카스트로가 이미 숨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마르티네스 의원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스트로의 병세가 너무도 위중하거나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언론 보도 이상으로 카스트로의 현재 상태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르티네스 의원은 이어 “카스트로가 단기간 회복이 불가능해 무능력하게 됐다는 점이 매우 분명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카스트로 사망 추측의 근거를 들었다.

그는 또 “많은 이들이 지난 47년간 쿠바 국민이 카스트로 없는 날을 갖게 되기를 기다려왔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최소한 잠정적 기준에서라도 그 날이 바로 지금인 것처럼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카스트로가 권력을 동생에게 넘겼다 하더라도 현재 숨진 상태라고 생각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스노 대변인은 “우리는 카스트로의 상태가 현재 어떤지를 알지 못한다. 쿠바는 폐쇄 사회이기 때문에 이번 일의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의 장출혈 수술에 대해 프랑스 의료 전문가들은 결장(結腸)암, 탈장(脫腸)류의 헤르니아 혹은 혈관 질환 등 조직ㆍ기능 장애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또 영국의 외과 전문의들은 카스트로의 장출혈은 여러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80세를 눈 앞에 둔 노인에겐 어떤 종류의 개복 수술도 위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 아바나에선 경찰력 증가 등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가운데 쿠바 일반 시민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상당수 시민들은 쿠바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는 아바나 시민 카르멘 바예호는 “모든 권력을 넘길 정도이고 보면 피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가 회복하기를 신에게 기도드린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멕시코시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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