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전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북한쪽 피해가 극심한 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국제단체와 한국 정부에 구호 요청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한 북한 전문가가 2일 밝혔다.

최근 북한의 수해 현장을 방문했던 이 전문가는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지난 달 미사일 발사로 대북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에 북한이 구호 요청을 선뜻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군사활동도 정지됐고 수해복구에 군인들이 많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북한은 구호 요청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미사일 발사를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정당화하는 ’강성대국’이 몇 일간의 폭우로 수십만 톤의 구호식량이 필요할 정도로 취약하다는, 국제사회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치부’가 다시 드러나는 것을 모면해보려는 군부쪽의 입장도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군부가 식량 사정에 대해 낙관한데다 미사일 발사 때문에 한국 정부가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쌀 부족 문제는 심각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런 식(쌀.비료 지원 중단)으로 반응할 지는 정확히 예상을 못한 것 같다”면서 “북한에서 군부의 입김이 가장 세고..이번의 경우(미사일 발사)도 북한 군부의 정책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배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상대적으로 양도 적은 구호기구의 지원보다는 ’조건없이’, ’많이’ 받을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지원이 사실상 중단됨으로써 북한이 현재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수해에 이어 다른 자연재해가 또 일어나 북한에 지난 90년대에 버금가는 ’제2의 기아’ 사태가 벌어지면 정치적인 변화가 뒤따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74t의 긴급구호 식량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세계식량계획(WFP)쪽에도 아직까지 답변을 주지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일 대한적십자사의 구호 지원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1일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주민들을 독려하고 나섰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