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14일부터 10월 중순까지 공연할 예정이었던 대(大)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수해로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의 윤길상 회장은 뉴욕 소재 북한 유엔대표부로부터 “금년 아리랑 축제 계획은 큰물(홍수) 피해 사태로 취소하는 대신 2007년 봄 축전 때부터 다시 공연할 계획”이라고 통보받았다고 29일 미국 소재 온라인 매체인 민족통신에 확인했다.

올해 아리랑 공연 취소는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장기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수해가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주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14∼16일 사이에 내린 강한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 및 실종되고 수만 채의 가옥과 공공건물이 부분 및 완전 파괴 또는 침수됐으며 수백 곳의 도로와 다리, 철길이 파괴됐다”고 확인했다.

한 대북지원단체는 사망·실종자가 3천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아리랑 공연이 열리는 평양 릉라도는 1천200여 그루의 나무가 넘어지고 수영장과 도로 등의 시설이 대동강물에 밀려온 수천t의 감탕(진흙)과 나무토막 및 각종 오물로 뒤덮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의 올해 아리랑 공연 취소는 공연장인 릉라도 5월1일 경기장 일대가 황폐화된데다 이에 대한 복구작업이 북한의 장비 실정으로는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연에 참가할 연 10만명의 인원이 복구작업을 내팽개친 채 막바지 연습에 몰두할 수 만은 없는 실정이며 북한 곳곳이 물난리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리랑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감안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사일 정국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색된 남북관계도 북한당국의 공연 취소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공연 취소는 북한이 의도했던 ’외화벌이’와 남북 민간교류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 민간단체들이 수개월 전부터 공연 관람 준비를 해오고 많은 사람들이 관람 계획을 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남북 민간교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울러 북한 자체적으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이번 공연 취소가 ’외화벌이’에 큰 타격을 줌으로써 경제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의 대북 라인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의 윤길상 회장이 이날 민족통신에 1985년 남한이 수해를 당했을 당시 북한이 지원한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어렵게 된 이 시점에서 수해복구를 위한 남측의 지원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밝혀, 수해복구 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경색 해소 여부가 향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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