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학자의 높은 연구 의욕과 책임성이 꼭 생활에 대한 무시, 자기 건강에 대한 무관심으로만 표현되어야 하는가.”

북한이 경제난 타파를 위해 과학기술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문학작품에서도 과학자·기술자를 긍정적으로 형상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과학자.기술자를 메마르고 생활을 모르는 ’목석’같은 인간으로 그리는 천편일률적인 창작태도에서 벗어나 뜨거운 심장과 인간미를 가진 인물로 형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입수한 북한 문학잡지 ’청년문학’ 5월호는 “아직도 과학자.기술자를 형상하는 데서 지난 시기의 구태의연한 창작태도와 경향이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작년 발표된 단편소설 ’사랑합니다’를 지적했다.

잡지는 작가가 소설에 등장하는 연구전문기관의 정인남 기사장(기술책임자)에 대해 ’높은 실력과 실적으로 당을 받드는 충직한 인물’로 그리면서도 한편으론 인간미가 없는 메마른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 기사장이 아직은 20대로 ’가슴속에 청춘의 피가 용솟음치고 있는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애인과 관계에서 오로지 연구와 일에만 몰두하는 ’기계적인 인물’로 그린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정 기사장이 연구에 골몰해 깊은 밤 퇴근길에 애인을 홀로 남겨두고 연구소로 급히 돌아가는 장면은 오히려 정 기사장의 사람됨을 왜소화했다며 애인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연구소로 가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잡지는 언젠가 ’새과학기술통보’에서 일하는 한 과학자가 작가들에게 “왜 문학작품에서 과학자·기술자들을 생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목석인간으로, 두툼하고 도수 높은 안경과 함께 어리무던해 보이는 판에 박힌 인물로 그리는지 모르겠다”며 “과학자·기술자들이야 말로 누구보다 생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항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작가는 인간생활에 철저히 입각해 과학자·기술자의 성격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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