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흘린피 헛되지않아”


◇제53주년 한국전 휴전협정 기념행사가 27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D.C. 내 링컨기념관 앞 한국전 참전기념비 앞에서 열려 이태식 주미대사, 딕 체니 미 부통령(왼쪽부터)이 헌화 한 후 묵념하고 있다./연합

미국 딕 체니 부통령이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각 23시)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협정 5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 2003년 한국전 정전협정 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 묘역 헌화식에 참석한 적은 있으나 본행사에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체니 부통령 본인이 참석을 결정하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번 행사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 정전협정 기념행사에는 보훈부 장관이 참석하는 게 일반적 관례였다. 주미 한국대사관측도 “체니 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통령실에 확인까지 했었다”고 밝혔다.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미국 재향군인회와 한국 재향군인회측 인사, 한국에서 온 관광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체니 부통령은 “한국전에서 미군 3만6000명이 죽고, 9만명이 부상당했으며, 8000명은 시신도 못 찾았다”면서 “한국에서 흘린 피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서 북한은 시커먼데, 남한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면서 “한미동맹은 깨지려야 깨질 수 없는 가치”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미 재향군인회의 로빈 피아치니 한국전참전가족협의회 회장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체니 부통령이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덕 캠손 내무장관은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는 만큼 전몰 장병들이 흘린 피는 국가 건설의 초석이었다”면서 “미국은 나라를 위해 쓰러져간 모든 전우들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태식 주미한국대사는 “한국 국민을 대신해 한국을 위해 싸우다 간 모든 전몰 미군 장병과 가족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체니 부통령이 이번 기념행사에 이례적으로 참석하는 것에 적잖은 신경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 이후 한·미 관계가 더 악화된 상황에서 체니 부통령이 중요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긴장했었다.

이날 행사에는 체니 부통령 외에도 전쟁기념공원을 관장하는 덕 캠손 내무장관, 앤소니 윌리엄스 워싱턴DC시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측에서는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등 35명의 대표단과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6·25 참전국 대사 10여명도 자리에 함께 했다.

이어 이날 오후 2시에는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탑과 참전용사 기념벤치에서 헌화식이 열렸고, 이날 저녁엔 워싱턴 근교의 한 호텔에서 한·미 참전용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만찬이 개최됐다.
/워싱턴=최우석특파원 wschoi@chosun.com
이하원 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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