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말을 쏟아내다



◇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 대통령 오른쪽부터 김병준 교육부총리, 이종석 통일부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책에서)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옹호하는 듯한 얘기를 했다. 이를 두고 이 장관 등의 미국 비판 발언을 노 대통령도 공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심한 듯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 각료들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지 말고 좀더 치열한 문제의식을 갖고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며, 장관들이 국회에서 소신 있는 답변을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장관이 ‘그 정책은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면 안 되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한국의 각료들은 국회에 가서 혼이 나야 되는 것이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에게) 장관들이… ‘그러면 북한 목 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이렇게 질문을 한다든지 ‘의원님께서는 미국은 일절 오류가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미국의 오류에 대해 한국은 일절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반문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한국 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추가 제재 문제에 대해 미국과 상당한 견해차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정책실패 책임이 가장 크다는 인식을 노 대통령이 갖고 있음을 확인한 측면도 있어 외교적 파장도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반미(하)면 어떠냐” “사진 찍으러 미국 가지는 않는다”는 발언으로 큰 논란을 낳았었다.

이종석 장관은 지난 23일 한 방송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실패로 따지면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이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