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해법찾기’ 본격화
백남순-라이스 최대 관심 인물


한·중·일 3국과 동남아 10개국의 협의체인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가 26일 오후 개막하면서 이른바 ’미사일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공식 회의 일정을 전후로 참가국 외교장관간 양자 또는 다자간 회동이 수시로 개최되고 있다.

현지의 관심이 집중된 북한 백남순 외무상과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7일 각각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두사람의 회동은 물론 북한과 미국의 선택이 현지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 한미 6자 수석대표 ’고공회담’ 가져 =

O..한국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5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대한항공 671편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 수행기자들을 놀라게했다.

예기치 않은 ’고공회담’에 어리둥절해 한 기자들에게 한 당국자는 “이번 회의의 조짐이 매우 좋다”면서 일부로 연출한 이벤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천 본부장과 힐 차관보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을 담으려는 연합뉴스 사진기자의 취재요청을 흔쾌히 수용하는 등 시종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다.

이 당국자는 “일부 언론에서 한미간 갈등이 있다고 쓰는데 이 장면을 보면 그런 말이 무색한 것 아니냐”고 ’한미동맹’을 거듭 부각시키기도.

힐 차관보는 ’한국 대표단과 기내에서 회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비빔밥을 먹고 싶었다”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한국대사를 지낸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했다.

이 당국자는 “힐 차관보는 과거에도 워싱턴에서 아시아를 방문할 경우 경유지를 정해야 한다면 가급적 인천공항에서 여객기를 갈아타곤 했다”고 소개했다.

= 반 외교, 첫 양자 파트너는 리자오싱 외교부장 =

O..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첫 양자 회담 파트너로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선택’된 것은 미사일 국면이 조성된 이후 한·중 양국이 처한 위상과 묘한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게 현지의 반응.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대북 강경 드라이브에서 ’북한을 설득하자면 명분이 필요하다’는 상대적 신중함을 견지하는 양국의 마음이 모아진 것이라는 평가가 바탕에 깔려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의 바쁜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시간을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대상인 북한의 백 외무상과 미국의 라이스 장관은 27일 도착하기로 돼있어 물리적으로도 26일 중 회동이 가능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지혜를 모아 현 난국을 타개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피력하기도.
한편 건강이 좋지 않은 백 외무상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개인용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관심인물인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참석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중 외교장관 “우리 전화 자주해요” =

0....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26일 오전 가진 양자회담에서 ’미사일 국면’에서 맺은 ‘동병상련’(?)의 우애를 과시했다.

미국·일본이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힘겹게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중인 한국과,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한데다 북의 6자회담 복귀 설득에도 실패한 중국은 사실상 수세적 입장에서 공조를 모색 중인 상황.

이날 오전 9시40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KLCC)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당초 예정된 시간인 30분을 훌쩍 넘겨 50분간 진행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담에서 반 장관은 예정된 시간보다 7~8분 일찍 회담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리 부장과 가볍게 포옹한 뒤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자리에 앉아 아낌없이 덕담을 주고 받았다.

반 장관은 “최근 며칠 사이 리 부장과 북한 미사일 문제로 4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정상간에도 전화통화를 하며 긴밀히 의견교환을 하는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리 부장이 보여준 외교적 지도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협조를 해가며 상황을 관리하던 차에 쿠알라룸푸르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리 부장은 “우리가 이번 사안을 두고 긴밀히 통화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우리의 개인적 친분 때문일 뿐 아니라 공동의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화답했다.

회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한중 양국 외교장관의 회동은 그 자체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면서 “양국은 ARF 기간중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이후에도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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