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태 스포츠부기자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은 가능할까? 남북은 지난 20일 금강산에서 제3차 실무회담을 열 예정이었지만 북한 미사일 사태 여파로 무산됐다.

북한은 회담 당일까지 참석 여부조차 알려 오지 않았다. 남북 간의 체육교류는 항상 정치적 상황과 민감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현재 분위기로서는 회담 재개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그래도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아직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정길 KOC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만 합의가 이뤄진다면 올림픽에 단일팀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체육회담에 나갔던 우리측 대표 한 사람도 “지난 1, 2차 회담에서 국호와 국기, 국가 등에서 합의를 이루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면서 “미사일 위기만 넘기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주말 유럽올림픽위원회(E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지원을 부탁할 계획이다. IOC도 남북 단일팀 구성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다.

로게 위원장은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나란히 친서를 보내 단일팀 구성에 적극 나서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구현이 목표인 IOC로서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단일팀을 구성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거리는 찾기 어렵다.

김정길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 체육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재임기간 중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 구성이 성사되면 한국 체육사에 남을 업적으로 평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업적이 꼭 지고(至高)의 선(善)은 아니다. 단일팀이라는 빛이 있으면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1+1이 꼭 2는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북한은 앞선 두 차례 실무회담에서 줄기차게 선수단 구성은 양측 동수(同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축구팀을 구성할 때 실력에 관계 없이 남과 북에서 각각 11명씩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팀 전력이 더 강해질까?

대부분의 한국 지도자들의 대답은 ‘노(NO)’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력 차이는 거의 대부분의 종목에서 크게 벌어져 있다.

그럼에도 ‘남북 동수’를 강행한다면 전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 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또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가 단일팀 구성으로 대표 자격을 잃은 선수들의 지난 4년 세월은 무엇으로 보상해야 하는지도 걱정이다.

이 때문에 각 경기단체에서는 속으로 단일팀 구성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북은 지난 1990년대 초 탁구(지바 세계선수권)와 축구(포르투갈 세계 청소년선수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던 경험이 있다.

현정화와 이분희가 살가운 정을 나눈 탁구는 우승이라는 열매를 따내며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축구는 사정이 달랐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숙소에서 서로의 방을 찾지도 않았고, 코칭스태프의 지시도 가려서 따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이 같은 팀으로 올림픽에 나가 미국, 중국 등 세계 스포츠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꿈은 화려하고 현실은 차갑다. 꿈만 좇다가 게도 구럭도 다 잃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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