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 나고 있는 가운데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줄지어 동해선 도로를 이용해 금강산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자료사진

북한이 올해 초부터 현대아산으로부터 미국 달러화로 받아온 금강산 관광 대금을 유로화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이 주목된다.

26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측은 지난 2월 이후 현대아산측에 금강산 관광 대금을 미국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 결제해달라고 요구해 왔으며, 실제로 현대아산은 북측의 요청에 따라 대금 일부를 유로화로 환전해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측은 과거에도 필요한 경우 관광대금을 일부 유로화로 받는 경우가 간혹 있었지만 미국의 금융제재가 심해진 2월 이후에는 현대아산으로부터 받는 유로화 비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측은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를 고려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대는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면서 2005년까지 9억4천200만 달러의 관광 대가를 매달 일정액으로 나눠 송금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가 자금난으로 4억 달러 정도만 이행하고, 지금은 관광객 1인당 70달러씩 매달 100만 달러 정도를 북측에 지급하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꾸준히 관광대금을 달러화로 받으며 달러벌이에 열중해 오다 갑자기 유로화 결제를 요구한 것은 아무래도 작년 가을부터 심해진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면서 달러 거래에 대해 집중적인 감시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달러화 대신 유로화를 얻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5일 시리아와의 수교 40주년을 맞아 내보낸 보도에서도 “시리아가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처해 수출입 계약에서 미국 달러 대신 유로화를 채택하고 있다”며 유로화를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2002년 12월부터 외화 결제 수단을 미국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변경한 데 이어 아예 본격적으로 미국 달러화보다 유로화의 외화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 미국이 작년 9월 마카오의 차이나뱅크와 방코델타아시아 등의 북한 관련 불법거래 조사에 착수한 직후인 그해 10월 관광대금 송금 창구를 마카오에서 유럽인 오스트리아로 바꾼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의 경제제재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북한이 유로화 보유액을 높이려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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