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세계사격선수권에서 나란히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을 뜨거운 우정으로 달랬다.

25일 오후(한국시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열린 제49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50m 권총 결선 경기장에서 서로를 격려했다.

진종오(27.KT)는 본선에서 562점을 쏴 8위로 결선에 힘겹게 올랐고 북한의 김정수(36)도 본선에서 565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주니어를 제외한 일반 종목에서 함께 부진했던 남북은 첫 메달을 기대하며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

서길산 북한 대표팀 감독과 권오근 남한대표팀 25m 권총담당 코치는 관중석 상단에 나란히 붙어 앉아 선수들의 순위가 나오는 슬라이드를 유심히 지켜보며 정겨운 대화를 나눴다.

김정수가 7차 격발에서 8.0점을 쏴 메달권에서 멀어지자 북한 선수단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뒤 9, 10차 격발에는 10.7점과 10.6점을 명중하자 권오근 감독은 “이렇게 아까 쏘았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며 서길산 북한 감독을 위로했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도 결선에서 끝내 선두권과 점수 차이를 좁히지 못해 북한의 김정수와 진종오는 나란히 5, 6위에 그쳤다.

장갑석 남한 대표팀 코치 등 코칭스태프는 경기 직후 김정수를 찾아 ‘아깝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정수는 이에 “너무 떨려서 격발이 안 되더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주니어가 아닌 일반 종목에서 처음 결선에 오른 탓인지 한국 선수단에서는 김정 대한사격연맹 회장 등 선수단 대부분이 경기장을 찾아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진종오를 위로했다. 진종오는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본선에서 잘 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 선수단은 메달을 따내지 못한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소나기가 그친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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