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瀋陽) 미국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4명 가운데 3명이 정치적 망명 형식으로 미국으로 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5일 국내 탈북자 관련 단체는 미국의 적극적인 탈북자 수용을 환영하면서 우리 정부의 탈북자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미국이 탈북자 문제를 당장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복잡한 지역 정세와 각국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관련 단체 및 전문가의 반응이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지난 5월 미국에 비정치적 망명이 허용된 탈북자 6명의 미국 입국 후 국무부와 다른 부처 간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소극적이었던 국무부가 이번 결정에 동의한 것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외국 주재 공관에 있는 탈북자를 미국 본토로 데려간 것은 탈북자의 미국 입국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탈북자 사이 미국행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나 불안감이 심리적 안정감으로 바뀌고 ’미국행 러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 여론을 조성해 함께 가자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탈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중국도 과거 북한과 혈맹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실용주의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제사회가 탈북자 문제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

◆이광백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원 = 이번 탈북자들의 미국행은 우리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탈북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정착이 용이하도록 짜임새 있는 정책을 취했다면 굳이 다른 나라로 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탈북자의 정착국가 선책은 그들 자신의 몫으로, 이를 놓고 탈북자를 비난하지는 말아야 한다.

미국에는 인권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정치세력과 북한의 인권문제 자체를 중대하고 심각하게 보는 순수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 파고’는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으로서는 이에 대해 뚜렷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탈북자 문제를 비인도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도 결국 탈북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홍순경 탈북자동지회장 = 미국에서 탈북자를 받아준다는 점에 환영한다.

탈북자에게 희망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탈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살 길을 열어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미국 뿐 아니라 3국에서도 적극적으로 받아줬으면 한다.

향후 탈북자의 미국행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탈북하는 사람들은 결국 국제난민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각국의 조치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 = 탈북자의 미국행 루트가 상설화되는 것은 아니며 대량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적다.

미국은 탈북자를 개별적으로 조정,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미국 통로를 터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보이며 실제 북한에 굉장히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크다.

탈북자들이 미국 영사관으로 넘어갈 때 한국 영사관의 현지 직원을 묶어 놓고 이탈했는데도 미국이 이런 불법행위를 눈감아 준 것은 문제다.

불법행위에 대해 눈감으면서 받아들인 것은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결정이다. 결국 미.중.북 간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해 성사된 일이다.

앞으로 탈북자 사회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본다.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가려 하겠지만 미국은 개별 심사 입장을 취할 것이다. 탈북자의 불법 미국행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탈북자 입국에 대한 일관된 기준과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

이미 한국에 넘어온 탈북자를 받아들인 데 이어 한국 영사관에서 불법행위를 한 탈북자를 받아들여 우리 정부의 동의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했다.

미국이 새로운 탈북자 루트를 열고 활용하더라도 국제사회가 타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시해야 한다.

당장 정치적인 목표를 위해 탈북자를 활용하는 입장을 마냥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환영할 수 없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정책은 중대한 외교 현안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행 탈북자는 2-3년이 지나면 현지에서 소외당하는 경계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들을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홍보맨’으로 활용하겠지만 장기적인 복지대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의 사회 적응도 용이하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어 탈북자의 미국행을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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