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부 외에 청와대에서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한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너무 대안 없이 비판만 하지 마라”고 요청했다.
몇몇 기자들이 “정부가 제대로 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나도 이제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너무 힘들다”고 했다.
다른 부처의 당국자도 사석에서 “이제 청와대 말 옮기는 것에도 한계를 느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한 청와대 당국자도 동료들과 만나서는 “어렵다. 확 그만둘 수도 없고”라고 말하곤 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전과 달리 이처럼 “막막하다” “답이 안 보인다”는 말이 유난히 자주 들리는 것은 하나의 현상이다. 한 당국자는 “대부분의 외교·안보라인 실무자들이 피로감에 젖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제1의 원인 제공자로 북한을 꼽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북한도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하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거의 모든 당국자들이 “(북한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자기들을 도와주려던 사람들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 수가 있느냐”는 하소연도 한다.
북한에 대해 너무 일찍 카드를 던진 데 대한 반성도 묻어난다.
최근 만난 한 당국자는 “여론이 나빠도 주머니 속의 ‘히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초연할 수 있는데…”라며 “‘중대제안’을 써 버렸는데 ‘더 중대한 제안’이 남아 있겠냐”라고도 했다./안용균기자 ag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