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출신 김옥… 고위탈북자들 “5번째 부인도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비서 출신인 김옥(42)씨를 새 부인으로 맞았다는 주장이 23일 북한 관련 소식통들로부터 나왔다. 김 위원장은 2004년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씨가 사망하자 자신의 비서 출신인 김옥과 동거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김옥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한 고위 당국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지만 청와대와 정보기관 소식통들은 “시인도 부인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옥은 평양 제1금성고등중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80년대 초부터 2004년까지 김 위원장의 비서로 활동했다. 김옥이 이후 ‘김선옥’이라는 이름으로 국방위 ‘과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면서 김 위원장의 각종 시찰 등에 동행했고, 외빈 접견 때 참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실제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 제1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국방위 김선옥’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김옥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옥이 김 위원장과 가까웠다는 증언은 있었다. 13년간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는 자서전에서 ‘옥이 비서’라는 여성이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했다.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였던 신영희씨는 김 위원장이 고영희를 동행하지 않을 경우 예술단 단원이던 ‘김옥’을 옆에 앉혔다고 증언했다. 신씨는 “김옥은 작은 체격에 얼굴이 둥글고 귀여웠다”고 했다.

고위 탈북자들 얘기는 좀 다르다. 김옥은 예능계 수재들을 양성하는 금성고등중학교를 나온 뒤 왕재산 경음악단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다 80년대 중반 김 위원장과 동거에 들어갔는데, 고영희와 불화가 심했다는 것이다.

북한 내 고위 간부들은 김옥을 공식 석상에서는 ‘비서동지’라고 불렀고, 돌아서서는 당돌하고 영리함을 빗대 민비(명성황후)라고 부르며 수군거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 탈북자는 “김옥은 고영희와의 갈등으로 외국에서 살았는데, 고영희 사망 후 다시 등장해 정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실제로 김 위원장은 30대 중반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의 나혜경과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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