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에 관한 유엔의 대북(對北)결의안 논의과정에서 백악관과 일본 총리 관저간 핫라인이 가동된 것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일련의 외교전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 유일한 지시는 “고이즈미(小泉) 총리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대통령을 수행, 독일과 러시아 등지를 이동하면서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과 수시로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시종 연락을 유지했다. 백악관과 일본 총리관저가 직통 라인으로 연결된 셈이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14일 아침. 외국을 방문중이던 해들리 보좌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존 볼턴 유엔대사 등과 화상전화회의를 했다.

라이스 장관은 볼턴 대사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시기를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미국과 일본이 연대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 직후 아베 장관은 토머스 쉬퍼 주일 미 대사와 제재를 의미하는 유엔헌장 7장을 어떻게 할지 협의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아베-쉬퍼 회담결과를 반영한 미국의 결론을 다시 아베 장관에게 전달했다.

볼턴 대사가 강경입장인데 비해 국무부는 “국제사회의 협조”를 거듭 강조, 제재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이때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라이스 장관과 볼턴 대사의 미묘한 관계가 결의안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들리 보좌관이 미국의 의견을 통일해 일본과 절충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국은 유엔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행사하도록 해놓고 뒤에서 중국의 대응을 주시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결의안 채택이 연기된 10일 아베 장관에게 “중국은 ’시간만 있었으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설득하도록 시켜보자”고 말했다. 중국의 책임이 두드러지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총리관저와 백악관간’ 직통라인이 가동한 예가 없다며 놀라워 했다.

해들리 보좌관과 아베간 전화는 해들리 보좌관이 아베의 관방장관 취임 축하전화를 건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아베가 작년 간사장대리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대면한 후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가 부시 대통령과 만날 때도 서로 협력했다.

해들리 보좌관이 아베 장관에게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도 휴대전화로 연락을 유지한 것은 아베가 가장 유력한 ’포스트 고이즈미’후보라는 사실 외에 서로가 자국 외교를 종합,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해들리-아베라는 새로운 미.일 라인이 북한을 비롯한 국제정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고이즈미 이후’에 진가가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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