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북에서 가져온 막내아들 사진을 보며 재방북할 날만 손꼽아오셨는데.."

19일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중단 소식을 전해들은 김영남(45)씨의 누나 영자(48)씨는 "아들을 재회할 기대 하나로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암담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머니 최계월(82)씨는 금강산에서 돌아온 뒤 주위 사람들에게 아들 자랑에 신바람을 냈고 '건강해야 8월 아리랑축전 때 다시 막내아들을 볼 것 아니냐'며 유난히 건강을 신경썼다고 한다.

아들이 선물로 준 산삼이며 술, 차 등도 '아들의 체취가 묻어있는 걸 어떻게 그냥 먹어치우겠느냐'며 방 한쪽에 고이 간직할 정도다.

최씨는 또 '북한의 며느리에게 잘 해야 우리 아들이 덜 외롭도록 잘 보살펴줄 것 아니냐. 재방북 때는 며느리 선물을 넉넉히 챙겨야겠다'며 조바심을 냈다고 한다.

영자씨는 "아들을 만나고 난 뒤 오히려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깊어지신 것 같았다"며 "상봉 중단소식을 들으면 충격이 클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영자씨는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영자씨는 "생사도 모른 채 30년을 헤어져 살고도 결국 만나지 않았느냐"며 "조만간 남북 관계가 잘 풀려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영자씨는 "남북이 더 이상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만남의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재회의 그 날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남측이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진행해오던 쌀과 비료제공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며 이산가족 상봉 중단을 선언, 8월로 예정됐던 최씨와 영남씨의 재상봉이 불투명해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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