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 13~14일 서울에서 열린 韓·美 안보정책구상 회의에서 “戰時 작전統制權을 한국군에 되돌려주는 시기를 2010년 이전에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2012년을 時限으로 정해 작전권 還收를 추진해 왔는데 미국은 그보다 2년 앞당겨 작전권을 되찾아가라고 했다는 얘기다.

미국측은 작전권 이양을 앞당기자는 이유로 “한국군의 지휘통제시스템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말을 미국의 진심이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숙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군이 작전권을 찾아간 뒤 전쟁 抑止力을 유지하려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면서 한국군의 채비가 덜 됐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던 것이 불과 며칠 전 일이다.

이 정부는 마치 미국이 안 내놓으려고 버티는 작전권을 투철한 自主정신으로 爭取라도 하는 양 분위기를 몰아왔다. 미국은 작전권문제가 이 정권의 ‘反美장사’에 이용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렇게 작전권을 갖고 싶으면 빨리 찾아가라’고 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 美軍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을 輕量化하려던 참이다. 더구나 미국은 지난 5월 일본과 駐日미군과 일본 自衛隊를 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합의까지 마쳤다. 미국으로선 한국에 작전권을 넘겨주고 그 결과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대폭 감축된다 해도 東北亞지역을 관리하는 데 아쉬울 것이 없는 처지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한국군에 작전권을 넘겨주면 한국 안보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빤히 내다보면서도 한국에 작전권을 빨리 찾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상대의 안보를 위해 함께 피 흘릴 각오로 맺어졌던 한미同盟은 이제 상대의 안보를 ‘남의 일’ 보듯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당 소속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북한 미사일은 주한미군 공격용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그 정신 나간 이야기를 이 정권의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 판이니 미국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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