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은 작전권 이양을 앞당기자는 이유로 “한국군의 지휘통제시스템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말을 미국의 진심이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숙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군이 작전권을 찾아간 뒤 전쟁 抑止力을 유지하려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면서 한국군의 채비가 덜 됐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던 것이 불과 며칠 전 일이다.
이 정부는 마치 미국이 안 내놓으려고 버티는 작전권을 투철한 自主정신으로 爭取라도 하는 양 분위기를 몰아왔다. 미국은 작전권문제가 이 정권의 ‘反美장사’에 이용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렇게 작전권을 갖고 싶으면 빨리 찾아가라’고 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 美軍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을 輕量化하려던 참이다. 더구나 미국은 지난 5월 일본과 駐日미군과 일본 自衛隊를 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합의까지 마쳤다. 미국으로선 한국에 작전권을 넘겨주고 그 결과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대폭 감축된다 해도 東北亞지역을 관리하는 데 아쉬울 것이 없는 처지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한국군에 작전권을 넘겨주면 한국 안보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빤히 내다보면서도 한국에 작전권을 빨리 찾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상대의 안보를 위해 함께 피 흘릴 각오로 맺어졌던 한미同盟은 이제 상대의 안보를 ‘남의 일’ 보듯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당 소속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북한 미사일은 주한미군 공격용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그 정신 나간 이야기를 이 정권의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 판이니 미국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