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8년에 이어, 지난 5일 두 번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본은 지금 전후의 기나긴 ‘평화의 꿈’에서 깨어나고 있다.

전후 일본 국민은 냉전시대를 살면서도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나라는 미국이 지켜준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정치가도 마찬가지였다. 미일안보조약에 전적으로 의지해온 일본의 정치인들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위정책을 논의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을 크게 바꾼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였다. 1998년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정찰위성 도입 등을 포함한 미사일 방위(MD)논의가 본격화됐다. 일본은 이 시기부터 안보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998년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더욱 심각하다.
1998년 이후에도 북한의 납치문제 관여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일부 정당과 신문도 ‘북한이 설마 그런 짓까지 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은 다르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납치, 핵, 미사일, 공작선, 마약, 위조지폐 등등 무엇을 할지 모르는 나라라는 인상이 일본 국민들에게 깊이 심어져 있다.

군사적으로 현재의 북한 기술로는 아직 노동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 사정이 바뀔지 알 수 없다. ‘통상탄두’라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논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에 익숙한 이스라엘, 민간방위가 철저한 스위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다르다.

일본의 도시에는 비상시 피난처 등 유사시를 상정한 설비는 거의 없다. 통상탄두라도 도쿄 등 대도시에 떨어지면 큰 피해가 예상되고, 평화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이 패닉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결속해 국제사회에 북한문제의 중요성을 호소해야 할 때다. 영토 문제와 야스쿠니 문제 등으로 한·일이 때로 대립하는 문제도 있고, 과거 식민지 지배에 의해 깊이 상처받은 한국 입장에서 때로 격렬하게 일본 비판을 전개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어떤 비판이 있어도 지금까지는 안보 면에서는 공통 인식이 있지 않았던가.
현재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일본인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그날 한국 정부는 독도(일본에서는 다케시마) 주변해역에서 해양조사를 실시했다.

꼭 그날을 선택했어야 했던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마치 북한과 연대해 움직이는 듯이 비치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그날 이후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일본 관련 발언도 이해하기 힘들다. 핵보유를 선언하고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발언하면서, 일본에 대해선 무엇이든 공격재료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가운데 한국 주요신문들을 읽고 한국의 식자층들을 만나보면 한국의 안보의식이 아직도 건재하다며 안도하게 된다. 정부끼리 의사소통이 안 이뤄지면 민간 레벨에서라도 대화하고, 거기서 나온 공통의 인식을 국제사회에 발신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잃어가고 있는 유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학 총합정책학부 교수(방위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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