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힘얻기’에 대북 대화 카드 타진까지 분석 다양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18일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동교동 자택을 방문해 DJ를 면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예방에 대해 “제19차 장관급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도 이 장관의 DJ 예방은 그동안 수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 2월 11일 DJ를 찾아 취임인사를 한 데 이어 평양에서 4월 21∼24일 열린 제18차 장관급회담을 전후한 날인 20일과 25일에도 DJ를 면담했기 때문이다.

DJ측이 6월말 방북 계획을 연기하겠다는 발표를 하기 전 날인 6월 20일에도 야간에 동교동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남북 간 핵심 이벤트를 전후해 빠짐 없이 DJ를 찾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장관의 이번 DJ 방문이 관심을 끄는 것은 논란 끝에 개최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차기 회담 날짜도 잡지못한 채 막을 내린데다 우리측의 집요한 6자회담 복귀 촉구에도 북측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일각에서 회담 무용론까지 대두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일부측은 DJ가 남북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예방 내용도 장관급회담이 대화 주제였음을 보여줬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이른바 ‘남북대화 무용론’ 논란의 발단을 제공한 제19차 장관급 회담 결과와 관련,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정부가 취한 조치는 대체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정세에도 해박한 DJ의 고견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번 19차 회담이 차기 회담의 날짜를 잡지 못한 채 끝나면서 일각에서 ‘왜 회담을 했느냐’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황을 감안할 때 햇볕정책의 ‘대부’인 DJ를 통해 힘을 얻기 위한 방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이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국정브리핑에 직접 기고한 글을 통해 장관급회담의 개최 배경과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일각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점으로 미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나아가 이 장관은 또 장관급회담 이후 라디오프로그램에 두 차례 출연한 데 이어 20일에는 MBC TV ‘100분토론’에, 23일에는 SBS TV프로그램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 DJ가 이날 이 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깊이 생각하고 흔들리지 말고 하라”며 격려했다는 전언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 준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에도 불구하고 무기한 연기한 DJ의 방북계획을 재추진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문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시각은 이번 장관급회담이 “상급(장관급)회담은 결코 군사회담이 아니며 6자회담은 더욱 아니다”는 북측의 감정 섞인 성명과 함께 조기 종결되면서 남북관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중국의 대북 설득마저 무산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남측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대북 대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북측의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성사만 된다면 DJ 방북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장관의 DJ 예방이 남북관계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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