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금융제재 중재 약속도 지켜라”
중국 역시 북 ‘독자노선’에 불만…"혈맹에서 보통관계로 전환과정"



북한 수뇌부는 최근 평양을 방문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일행에게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강한 불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어려운 것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라는 암초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불신도 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도출해낸 ‘9.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미국 당국이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 은행 계좌동결 등 금융제재를 가해오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당초 6자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2003년 4월 중국의 중재하에 북한과 미국이 마주앉은 3자회담 이후 중국의 설득으로 그해 8월 6자회담을 받아들였다”며 “당시 중국은 북한에 ‘6자회담에서 북한이 얻을 상당한 수확’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9.19 공동성명’ 채택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통해 ‘경수로 추가건설’ 문제를 포함시킬 수 있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성명 채택 직후 미국 당국이 금융제재를 가해오자 중국에 강력히 항의했고 중국은 미국과 협의를 거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도 “중국이 최근 미사일 국면이 진행되는 도중 미국측에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된 양보를 요구한 것은 북중 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토로한 북한은 우 부부장 일행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직접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외교관행을 분석해보면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다”면서 “북한이 중국의 외교적 수사를 지나치게 신뢰한 면도 있지만 의장국 중국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내재돼 있는 북중관계의 변화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국 역시 거듭된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미사일을 발사하고, 평양에서 펼친 6자회담 복귀 설득 노력도 무시한 북한의 ’독자노선’에 대해 나름대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이며 이런 판단이 결국 안보리 표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분석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제4세대 지도부 출범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전통적인 사회주의 혈맹관계에서 보통관계로 전환하는 조짐이 뚜렷하다”면서 “변화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북한 당국이 얼마나 직시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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