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최근 “요즘 북한은 완전히 군부의 논리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그동안 합리적인 판단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그 배경에 ‘군부 논리의 득세’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가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한도 선군(先軍) 정치의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성명이나 사석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회담에서 한 적은 없다”며 “군부의 논리가 남북관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16일 “유엔 안보리를 규탄한다”는 담화문을 내면서 “위임에 따라 천명한다”고 했다.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1, 2차 핵 위기나 1차 미사일 사태 때보다 군부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외무성과 대남 라인도 군부의 논리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군부와 비(非)군부의 영향력 차이가 너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국방대학교의 한 연구원은 “원래 김정일은 군부를 통제하기 위해 선군 정치를 시작했지만 갈수록 군과 김정일이 일체화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김정일과 군부 중 누가 더 위인지 불분명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군부의 득세 이유는 아직 불확실하다. 일부에서는 남한과의 교류 등으로 북한 내에 체제 이완적인 요소가 증가하자, 그 반작용으로 군부가 경제나 외교까지 장악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북한 군부가 필요 이상으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것 같은 부분이 있다”며 “군부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불안 요소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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