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9일 오전 개성공단 신원 제1공장에서 기업투자설명회 참석자들이 북측 직원들의 작업하는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조선일보DB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된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경색된 남북관계는 더욱 난기류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관련된 재정적 자원을 북한에 이전하지 말라'고 요구한 부분이 남북경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의 대북 추가지원을 전면 보류하면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경협 사업에는 정부 차원의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이후인 14일 가진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간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중장기적 사업에 대해 정부가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실 조치 여부를 검토한다기 보다는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사업은 동북아 정세가 아무리 복잡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흔들림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정확한 정부 내 분위기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일단 이번 결의안에서 북한에 이전하지 말라고 요구한 재정적 자원이 '미사일이나 WMD 관련'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창석 통일부 대변인도 "이번 결의안은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것에 유의하고 있다"고 밝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남북 경협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판단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사업까지 문제를 삼는다면 이는 사실상의 대북 경제봉쇄를 의미하며 우리나라 이상으로 북한과 활발한 교역을 펼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교역도 모두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비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 내 일부 대북 강경파를 중심으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 개발에 쓰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 전개에 따라 남북경협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는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 대북지원을 통해 '일부 정부(some governments)'가 사실상 문제를 악화시키고 부주의하게 김정일 정권을 지탱시킬 수 있다"고 개성공단을 '김정일 정권을 지탱시켜 주는 퍼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막지는 않더라도 이번 안보리 결의안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부시 미 행정부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재 여부에 상관없이 북한의 강경대응이 예상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다분해 보인다.

벌써 지난 11일 예정됐던 외금강호텔 남북한 공동 개관 행사가 북측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연기되며 후폭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금은 큰 영향이 없지만 관광객 규모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개성공단 사업도 지난달 말 예정됐던 본단지 1단계 분양일정이 연기되는 등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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