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북한 국립민족예술극장 공연을 실황 녹음한 북한창극 '춘향전'. 1950년대, 1964년, 1970년작, 1980년대의 '사랑가' 악보도 실려있어 변천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연합

북한창극 ’춘향전’ 공연실황을 담은 음반이 신나라에서 발매됐다.

1964년 북한 국립민족예술극장 공연을 실황 녹음한 것으로, 일본 신세계레코드사가 오픈 릴(테이프가 밖으로 노출돼 감긴 릴)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음반을 정리했다.

창극(唱劇)이란 판소리를 중심으로 극적인 대화로 이루어지는 전통 연극을 말한다.

북한에서 창극이 상연된 것은 해방 후 조선고전음악연구소가 창설된 1947년부터. 이 당시만 해도 북한의 창극은 남한의 창극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판소리는 양반들이 갓 쓰고 당나귀를 타고 다니던 시절 술 마시고 흥얼거리며 부르던 것으로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소리는 북한에서 배척받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후부터는 북한에서 창극의 개념이 ’민요극’, ’민족가극’으로 점차 바뀌었다. 판소리를 배제한 채 민요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되기 시작한 것.

또 쇳소리(탁성)는 우리 민족에 맞는 발성이 아니라는 김일성 주석의 규정에 따라 민요도 남도창이 아닌 서도창을 중심으로 불렸고, 보통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자말도 창극에서 모두 배제됐다.

결국 남한에서 말하는 창극은 ’판소리 창극’이라고 불리면서 점차 모습을 감추게 된다.

이번에 나온 음반은 북한창극의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 창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1988년 완성된 현재의 민족가극 ’춘향전’도 1964년작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CD에는 대표곡인 ’사랑가’를 비롯해 ’오작교’ ’부용당’ ’관청동헌’ ’농부가’ ’어사월매상봉’ ’옥중상봉’ 등이 실려있다.

조령출과 리면상이 각각 작사, 작곡했고, 박용수(춘향), 김정화(몽룡), 김혜옥(향단), 김명곤(방자), 김기원(월매), 이봉익(변학도) 등이 출연했다.

1950년대와 1964년, 1970년, 1980년대에 각각 연주됐던 ’사랑가’ 악보도 실려있어 변천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031-266-7191./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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