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례적으로 강한 내용의 대북 비난결의안을 들고 나온 것은 일본이 워낙 강하게 나갔기 때문이다”(일본 정부 관계자)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한 대북 비난결의안을 중심으로 문안조정에 나선 일본 정부가 “후퇴” 명분 만들기에 나섰다.

제재결의안을 고집해온 일본이 비난결의안을 중심으로 문안협의에 나서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제재결의안이 통과될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터에 표결을 밀어붙였다가는 안보리 분열의 책임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초강경 대응을 진두지휘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13일 “제재를 시야에 둔 결의안을 신속히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제재를 포함한 결의안”이라던 종전 표현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제재를 시야에 둔”이라는 표현에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제재결의를 한다”는 메시지가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면 중국, 러시아도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력이다.

실제로 강제력을 수반하는 “유엔 헌장 7장”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 비난결의안 내용은 일본이 제출한 제재결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늘 북한편을 들던 중국이 낸 결의안치고는 이례적이라는게 일본 정부의 평가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면 중국도 제재결의에 반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 결의에 따르도록 설득하는 부담까지 중국에 떠맡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속한 의사표명”도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후퇴명분이다.
대포동 1호 발사때 협의에 2주나 매달리다 ’보도용 성명’발표에 그쳤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채택을 하루라도 늦출수록 긴장감이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일본 외교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자괴감은 감추기 힘들어 보인다. 일본이 이번 사태의 전면에 나서기로 사전에 미국과 합의했다는 사실을 일본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내세워 선제공격론 공론화까지 시도했지만 결국 미국의 의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일본 언론은 “높은 곳에 올라간 새 사다리가 치워진 꼴”이라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외무성 간부도 “용감하게 치켜올린 주먹을 자연스럽게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안 협의과정에서 최대한 결의안의 수위를 높이는데 주력하기로 한데는 그런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일본은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대북 비난성명 채택을 추진하는 등 대북 포위망 구축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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