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성명보다 강한 對北결의안 제출
강제아닌 촉구로 완화… 北엔 큰 부담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제출한 대북 결의안은 미국과 일본의 제재 결의안과 비교해 강제력을 갖는 조항은 거의 없지만 그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일 결의안의 특징은 ‘유엔헌장 7장에 따라’라는 표현이다. 유엔헌장 7장은 군사적 제재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조문이다.

미·일의 결의안은 직접 군사제재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사일 부품·기술 등의 수출을 금지할 것을 결정한다(decide)는 식으로 돼 있다. 구속력이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안이 채택되면 곧바로 유엔 안보리에 결의안의 준수를 감시하는 제재위원회가 설치된다.

중·러의 결의안은 ‘유엔헌장 7장’이라는 표현을 뺐고, ‘결정한다’가 아니라 ‘촉구한다’는 의미를 가진 ‘urge’나 ‘call on’이라고 돼 있다. 중·러의 결의안은 채택되더라도 회원국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제 안보 위협으로 본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하지만 ‘결의안’이라는 것 자체가 유엔 회원국 사이에서 강제성을 담고 있다. 유엔헌장에는 “회원국들은 결의안을 준수할 의무를 진다”는 포괄적인 규정이 들어 있다. 만약 안보리에서 미사일과 관련된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북한이 첫 케이스가 된다.

정부관계자는 “북한 미사일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규범이 만들어지는 셈이어서 ‘미사일 발사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북한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어떤 강제성도 없는 ‘의장성명’을 추진했던 중·러가 ‘결의안’으로 돌아선 것도 북한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면 중·러도 유엔을 통한 제재에 동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14일까지 북한에 머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이 결의안을 놓고 북한과 협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러가, 미·일 결의안 제출로 압박을 받는 현 상황을 모면키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중·러의 결의안이 제출된 이상, 미·일 결의안과 경쟁하면서 절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지 않는 대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는 조항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정부당국자는 전망했다.
/안용균기자 ago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