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는데도 국제사회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군사적으로 훨씬 더 단호하고, 아마도 핵으로 무장한 일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보수적 시각의 경제 전문지인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핵을 보유한 일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60년간 일본은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자제해 왔지만 북한 독재자 김정일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지지’로 인해 어제와 다른 해가 떠오를 수도 있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설은 “수 일에서 수 주일에 걸릴 것이라는 추정이 있지만 일본이 핵으로 무장하는데 얼마나 시일이 걸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이 지역의 현상유지를 바라지만 북한의 도발이 위협적인 새로운 불안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도쿄는 그동안 현명하게 미국의 핵우산에 머무는 것의 이익을 이해해 왔다”면서 “그러나 국내의 정치적, 민족주의적 충동이 자극되기 시작하면 그대로 머물러 있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군사대국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고 그의 핵무기 및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도록 함으로써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돕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평양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대응은 일본으로 하여금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 뿐”이라면서 “중국과 한국은 미국의 불쾌감만 제외한다면 별다른 경비를 들이지 않고 김정일을 받쳐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국의 전략적 냉소와 한국의 순진한 유화정책이 그 지역을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설은 지난 1998년 북한의 첫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가 2001년 매파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선출로 이어졌다면서 일본의 다음 조치는 전쟁포기와 비무장을 명시한 평화헌법 9조의 폐기가 될 수도 있으며, 이를 위한 첫 단계로 고이즈미 정부는 지난달 방위청을 성(省)으로 승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사설은 그러나 중국과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되 북한에 대한 제재 부과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 중국과 한국이 김정일의 군사적 위협을 ‘지지’한 것으로 표현하고

일본 보다 군에 돈을 더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뿐이라면서도 일본이 ‘군사적으로 조용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적는 등 모순되거나 그릇된 상황 판단에 따른 시각도 엿보였다.

특히 본인 스스로가 발을 빼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 관방장관의 선제공격론에 대해 ‘주목할 만 하지만 불충분하게 보도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동북아시아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의 군사력에 의한 평화와 안정에 힘입어 세계 어느 곳 보다도 빠르게 성장해 왔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