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제안한 ‘구속력없는 비난 결의안’과 유사
美·日 ‘北제재안’ 수주간 논의… 한국은 배제


우리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15개국)을 상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 결의안의 구속력을 사실상 없애자는 교섭을 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당국자가 지난 주말 이후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안보리 이사국들과 접촉해 ‘북한 제재 결의안에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면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한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7장 원용에는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헌장 7장은 평화 파괴국에 대해 ‘교통·통신의 중단과 외교관계의 단절, 더 나아가 육군·해군·공군에 의한 무력조치’까지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표현이 빠지면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유엔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의무가 약화된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7장에 따라’라는 문구가 살아있으면 결의안에 포함된 각종 제재 조치에 대해 ‘decide’(결정하다)라고 구속력을 갖도록 규정할 수 있지만, 이 문구가 삭제되면 ‘call upon’ ‘urge’(촉구한다) 등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 구속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교섭 과정에서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은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과 외교적 충돌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엔 한국대표부는 “안보리 이사국들과 외교적 접촉을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결의안에서 ‘제재’ 조항을 삭제, ‘비난결의안’으로 내용을 완전히 바꾸는 방안을 안보리 의장에게 제안했다고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중국의 제안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안과 거의 비슷한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현 단계에서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표결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일본과 미국은 대북 제재 결의안을 북한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시점부터 수주일간 논의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이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유엔본부=뉴욕 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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