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일(현지시각) 한국과 중국의 대북 설득 노력에 대한 북한의 "비협력"을 지적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 투표 강행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 미사일 문제가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미국-영국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내면서 제재조항은 뺀 대북 규탄 결의안을 공동으로 회람시키고 나섬으로써, 대북 논의 초점이 주말께는 6자회담 참여국간 대북 압박과 설득에서 유엔 안보리에서의 결의안 대립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란과 유럽연합(EU) 3국간 이란 핵협상의 결렬로 이란 핵문제도 안보리로 논의의 장이 옮겨질 전망이어서 북학 핵.미사일과 이란 핵 문제가 얽혀 안보리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경우 북한을 제외한 5개 6자회담 참여국 회의가 한.미간 추진되고 있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란 핵문제가 안보리 제재 논의로 옮겨지더라도 외교적 협상 경로는 언제든 열려있다고 밝혀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다.

◇미, 안보리 표결안 재 부각 =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현 시점까지는 국제사회의 명백한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다"며 "결의안 투표 단계로 가야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노력에 비협조적"이라며 "중국이든, 한국이든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긍정적인 신호도 못 얻었다"고 지적하고 중국을 재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오늘밤 귀국길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잠정적인" 계획이라고 단서를 닮으로써 일정 변화 가능성도 남겨뒀다.

최근 브리핑에서 "무게중심"이 외교 해법에 있다고 말했던 매코맥 대변인은 "장관들 선에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수일내 무게중심이 안보리 결의안 표결로 옮아갈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전날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에 대해 "어느정도 가망성"이 있다고 기대했었다.

◇중.러 대항 결의안 회람 =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일본 주도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토록 지시받았다며 중.러 양국의 대응 결의안을 회람시켰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재선언할 것과 회원국들에 대해 북한과 미사일 관련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일본 결의안에 포함된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 '유엔헌장 제7장 의거' '강제적 제재발동' 등은 삭제한 것이다.

이날 미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왜 지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막다른 데로 이어지는 길을 가선 안된다고 믿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항 결의안에 대해, 안보리에선 "늘 주고받기 협상이 있는 법"이라며 "투표를 강행키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대북) 신호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핵문제도 안보리로 = 이란과 핵협상을 벌여온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과 독일 외교장관들은 이란 핵문제를 다시 안보리에 회부키로 합의하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란이 "실망스럽고도 부적절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파리회합에서 외교장관들이 마련한 지침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주초 안보리에서 표결하기를 희망했다.

라이스 장관은 파리로 가던 중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반응은 실망스러운 것"이라며 "우리가 협상 경로에 있지 않다면, 안보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다만 "협상 트랙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