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만에 첫 공식언급…대북,대일 ’경고’ 메시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유지해오던 ’침묵’ 기조를 깨고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내비쳤다. 지난 5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후 엿새만이다.

개최여부를 둘러싼 논란끝에 남북장관급회담이 이날 예정대로 부산에서 개막됐고, 일본 각료들의 잇따른 ’선제공격론’ 주장으로 ’미사일 정세’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는 시점과 맞물렸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만찬 발언은 북한과 일본을 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 미사일 발사 행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물러설래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미사일 사태에 편승한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정면대응 불사의지를 피력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후 노 대통령은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 여론 속에서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정부 대응 기조에 따라 공식 석상에서의 미사일 관련 발언을 자제해왔다.

무엇보다 자신의 발언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에 의해 왜곡돼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는 인내하면서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대응 방향을 정했고, 그 결과로 남북장관급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는 등 남북대화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이해할 수 없다”며 북측의 태도를 비판한 것은 최소한의 ’상호주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앞으로 남북관계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을 경고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북핵문제 상황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겼다”고 지적한 것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고뇌를 비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 북한의 가시적인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정부가 밝힌 ‘실질적으로 북한이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해 조속히 대화의 틀로 복귀하라고 재촉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남북간에 대화가 이어져야 국민이 불안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대화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한미관계에 대해선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조정해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추가적 오판을 경계하면서 외교적 해결의 길로 돌아올 것을 강하게 촉구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노 대통령이 일본의 미사일 문제 대응 방식을 거론, “동북아 평화의 심상치 않은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에 자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에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의 대일(對日) 메시지는 특히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란 표현에서 사실상 최후 통첩의 무게를 느끼게 할 만큼 엄중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일본 각료들의 대북 선제공격론의 공론화 움직임이 독도 도발, 교과서 왜곡, 신사참배 강행 등 계획된 수순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선제공격론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비친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라며 “한반도내에 무력사용 배제를 위해 노력해온 노 대통령으로선 그대로 좌시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전반적으로 최근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고뇌가 서려있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따라서 미사일 사태가 관련국간 비공식 접촉으로 중대 기로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 맞물려 노 대통령의 ’대북 조치’ 구상과 대일관계 설정 문제가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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