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의 개막이 임박할 때까지 참석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 북측 대표단이 11일 예정대로 회담에 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이 지난 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장관급회담의 세부사항을 논의했다는 점은 참가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우리측이 사전에 경협을 배제하고 미사일과 6자회담 복귀만을 의제로 한정하면서 북측이 회담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산행이 이뤄지면서 지난 4월 18차 회담 당시의 합의가 이행된 것은 북측 당국이 일단 남북 채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아올린 이후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까지 중단할 경우 예상되는 고립 국면을 우려한 것이 판단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일본이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북한의 만경봉호에 대한 입항금지 같은 자체 제재에 들어가고 미국이 제재의 칼날을 갈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결의안까지 상정된 상황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채널을 ‘퇴로’로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 경협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대화채널을 끊을 수 없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화 없이는 쌀이나 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북측이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 앞서 쌀 차관 50만t 제공과 비료 10만t의 추가 지원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유보하겠다고 못박기는 했지만 북측으로서는 남측의 쌀 차관이 없으면 경제 운용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7.1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쌀값에 맞춰 물가를 조정한 점은 식량이 북한 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점을 반증해 준다.

실제 남측으로부터 쌀을 받지 못하면 수급 차질이 발생,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정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식량난까지 가중되면서 결과적으로 체제 안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아울러 대북 여론이 강경해지고 국방부 등에서 회담 연기론이 강하게 제기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장을 스스로 닫을 수 없다며 장관급회담을 열기로 한 우리측 결정이 북측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남측이 비상상황을 무릅쓰고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마당에 북측이 판을 깰 경우 대화 파탄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이와 함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직접 해명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경우 ‘미사일 주권’을 강조하며 군사훈련의 일환이라는 종전 외무성의 논리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자신 있게 나온 배경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외무성 입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논리를 내놓거나 우리측의 6자회담 복귀 촉구에 모종의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물론 진전된 입장 없이 자신들의 종전 입장을 반복해 선전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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