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겉으로는 외교적 해법 모색에 부심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더 치열하게 ’물밑 전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9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적어도 13개국의 군 및 정보기관이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한 첩보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이런 활동은 한층 강화된 상태다.

북한에 대한 압박 작전은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작전을 통한 해상에서의 북한 선박 불심 검문부터 대만 및 싱가포르 해협에서의 순찰활동, 북한 연계 의혹을 사고 있는 마카오 은행에 대한 감시는 물론 나아가 동해상에서의 감청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전면전도, 외교적 해결도 아닌 이런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먼저 열거된 2가지 대응책이 불가능하거나 실효성 면에서 의심을 받기 때문.

특히 외교적 해결과 관련해 북한은 이미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말라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한 상태고 미국에서 중국을 문제 해결 수단이 아닌 문제 발생의 근원으로 보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다가 일본 역시 독자적 무장을 추진하는 등 제각각인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도 ’제3의 길’을 추구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런 형태의 대북 압박작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상태다.

비밀계좌 동결을 통해 매년 5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김정일 정권의 ’돈줄’을 묶어버린데다가 미사일 추진체 제작 장비의 대 북한 판매를 막고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북한에 팔지 못하도록 중국을 설득하기도 했다.

PSI 역시 북한에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형태의 대북 공세가 선호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체적인 조직을 만들거나 참여하는 국가의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살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국 의회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이런 형태의 공세가 “국제적인 조직이나 사무실은 물론 활동을 위한 예산도, 성공이나 실패의 기록도 필요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미국이나 영국 입장에서도 이런 애매모호함은 정치적 측면에서의 매력이 된다.

북한이 겉으로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보복’을 언급하고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도로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물밑 전쟁’의 효용을 키운다.

중국의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강경한 민족주의자면서도 힘 자랑을 어떻게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평했다.

대 북한 ’물밑 전쟁’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폭탄 제조원료 플루토늄을 다른 ’불량국가’나 테러집단에 넘기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의 한 일간지는 이란이 북한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공하는 대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교 소식통들은 이 보도 내용이 정확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또 이란 반체제 인사들 중에는 북한 전문가들이 이란 내 지하 기지에서 미사일 개발을 돕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평양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서방국가 외교관은 43~53㎏으로 추산되는 북한 보유 플루토늄의 유출이야말로 “진정한 위험”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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