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보는 청와대 시각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을 보는 청와대의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에도 미·일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간혹 표출됐지만 이번 국면에서는 그게 좀더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정부 내 강경파 일부, 일본에 대해서는 고이즈미 정권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 내 강경파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고이즈미 정권에 대해서는 ‘일본 보수화의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 내에 미국과 일본에서 일부 즐기는 측면이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과 맥이 같다.

청와대는 9일 이백만(李百萬) 홍보수석이 쓴 것으로 알려진 ‘홍보수석실’ 명의의 글에서 우리 정부의 늑장 대응 논란과 관련,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셈을 할 일도 없고 이 사건을 군비 강화의 명분으로 이용할 일도 없다”고 했다.

이 수석은 미국과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청와대 관계자들의 대응을 감안하면 각각 미국 내 강경파와 일본 고이즈미 정권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이번 국면에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곳이 어디냐. 일본 아니냐. 그 다음은 미국 내 강경파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본과 관련, “1990년대 이후 줄곧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이 이번 사태를 ‘안보 위기’로 규정하면서 군비 증강의 길로 급속히 들어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본이 지나치게 호들갑스럽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는 사람도 많다. 서주석(徐柱錫) 안보수석이 지난 6일 청와대 브리핑 글에서 ‘상황이 발생했다고 대통령이 꼭두새벽에 회의를 소집해서…’라고 한 데는 상황 대처가 빨랐던 일본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측은 작년 하반기부터 구체화된 미국의 대북 경제 압박에 겉으로는 말을 못했지만 못마땅해 했다. 상황을 점점 어렵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 정권 전체와 강경파 일부를 항상 분리하고 있는 것이 일본에 대한 태도와 다른 점이다./신정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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