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국무총리가 6일 殉職순직한 장병들의 유가족을 총리공관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으나 西海서해교전 희생자 유가족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서해交戰교전은 2002년 6월 29일 북한의 공격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사태다.

그해 영결식에는 물론이고 이후 4년 동안 대통령과 총리는 단 한 번도 추모식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다.

며칠 전 4주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끼리 총리공관 점심자리에 가지 말자고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니, 以心傳心이심전심으로 전해진 그간의 맺힌 恨한이 잡힐 듯하다.

엄밀히 따지면 국민들에겐 병역의 의무가 있을 따름이다.

국가도 국민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던지는 것은 나라와 국민 간에는 그런 법률적, 기계적 권리-의무 관계를 뛰어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이 ‘뭔가’가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모래알이지 나라가 아니다.

자기의 희생이 헛되이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그중 한 가지다.

나라는 이 믿음을 배신해선 안 된다.

국립묘지에, 추모탑에, 관공서에, 대학에, 동네 공회당에 戰歿전몰 장병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나라가 나라 위한 희생을 잊지 않고 있음을 되새기는 徵表징표인 것이다.

이름이 새겨졌다 해서 넋의 아픔과 배고픔이 달래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남은 사람이 나타낼 수 있는 정성이 그것뿐이기에 뜻을 모아 기리는 것이다.

전사·실종 군인의 유해를 지구 끝까지라도 가서 찾아내 가족 품에 돌려주는 일을 하는 미국 전쟁포로·실종자담당 합동사령부(JPAC)의 구호는 ‘You Are Not Forgotten’(우리는 그대를 잊지 않는다)이다.

그러나 이 정권 사람들은 희생자를 잊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유가족까지 야멸차게 외면하고 냉대했다. ‘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를 위한 헛된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통령과 총리의 추모식 참석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그들의 변명이다.

하지만 바친 생명이 자기 자식과 자기 남편의 목숨이라 해도 그럴 수 있었을까.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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