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일대기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 출간

처염상정(處染常淨).

어느 곳에 있어도 물들지 않고 늘 깨끗하다.

베를린의 윤이상 묘비에는 이 네 글자만 새겨져있다.

그는 죽어서도 코리아 앞에 ’South’나 ’North’를 붙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의 음악은 20세기 후반 현대 클래식 음악을 대표한다.

유럽에서는 항상 그의 음악이 연주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앙하지만 그는 평생을 조국 잃은 유민으로 살았다.

그의 곡에는 언제나 ’서양 음악의 전통에 동양의 서정을 녹여냈다’는 찬사가 뒤따른다. 그에게 동양의 영감을 준 것은 강서고분 벽화 사신도.

1963년 윤이상은 무한한 영감의 샘 사신도를 찾는다.

그를 이끈 것은 오로지 순수한 열정이었다.

그러나 권력은 그의 순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1967년 남한의 중앙정보부는 북한 방문을 구실로 그에게 간첩혐의를 뒤짚어 씌운다.

무한한 영감이 솟아 오르던 샘은 한순간에 절망의 늪으로 변해버렸다.

윤이상은 남한의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전세계의 예술인들이 남한 정부에 그의 석방을 탄원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 축전에서 오페라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모진 옥살이에서 풀려난 뒤에도 윤이상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남과 북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오로지 음악으로 분단된 조국을 위로했다.

2006년 4월. 그의 음악이 금강산의 봉우리를 감싸 안았다.

남북이 그의 음악을 함께 연주하기까지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도 10년이 더 필요했다.

조국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남과 북 어느 쪽도 택할 수 없었던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산하. 204쪽. 9천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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