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옥 민단 단장(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서만술 조총련 의장 등 재일 민단-조총련 대표 등이 5월 17일 오전 도쿄시내 조총련 중앙본부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자료사진

“미사일 발사 용인못해”… 화합 한달만에 폐기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조총련과의 화합을 선언한 ‘5·17공동성명’을 백지 철회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이로써 ‘역사적’이라 불렸던 두 단체의 화합 성명은 한 달여 만에 폐기됐다.

민단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인근 국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했다”면서, “이런 도발적 행동은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 국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담화문은 이어 “재일동포들은 일본 사회와의 공생공영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국민감정을 멋대로 악화시키는 것은 재일동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민단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담화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민단은 조총련과 교환한 5·17공동성명을 백지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민단 중앙본부의 하병옥(河丙鈺) 단장은 지난 5월 17일 조총련 본부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화해성명을 발표했으나, 그 직후부터 지방조직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퇴진위기에 몰리고 있다.

민단 지방조직들의 반발로 5·17성명에서 약속했던 6·15행사 참석과 조총련과의 공동 8·15행사는 이미 무산됐다. 지난 2월 ‘개혁민단’을 내걸고 출범한 하병옥 단장은 조총련과의 화합선언에 앞서 민단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탈북자돕기사업’ 중단 등을 ‘밀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동성명 발표에 이르는 과정은 한통련(1989년 대법원 판결에서 반국가 단체 규정) 출신의 몇몇 간부 이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하 단장은 지난 3일 민단 혼란의 책임을 물어 한통련 출신의 민단 간부들을 사임시키고 내부수습에 나섰으나, 지방 조직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하 단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중앙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편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 국내의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조총련 중앙본부와 조총련이 운영하는 ‘민족학교’ 등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조총련 시설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조총련 학교 학생들의 통학로와 학교 근처 지하철 역에 학부모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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