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관점·국익 중심으로 대처해야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이 北의도 무력화”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라는 대형 안보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본과 비교할 때, 평균 2~3시간 이상 늦은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을 호되게 질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꼭두새벽부터 회의 소집한다고 달라지느냐”며 공개 반박했다. 국방부도 이날 군 대응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며, 늑장 대응이 아님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처 지적에 대해 “상황이 발생했다고 대통령이 꼭두새벽부터 회의를 소집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심각한 대책을 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냐”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대응 속도를 일본과 대비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비난이며 국익도 국적(國籍)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곤혹스런 안보 장관들 이종석 통일부, 반기문 외교부, 윤광웅 국방부 장관(위부터)이 6일 국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북한 미사일 무더기 발사와 관련한 질책을 듣고 있다. /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서주석 청와대 안보수석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새벽에 회의 소집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경 입장을 밝히면 우리 대응 역량이 달라지느냐”며 “불안을 증폭시키면 국제사회의 우려가 실제보다 높아지고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수석은 “북한이 북핵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벌인 ‘고도의 정치적 압박 행위’에 대해 마치 속도 경쟁하듯 강경책을 내놔 긴장을 증폭시키는 게 타당하냐”며 “(청와대 대응은) 안보적 긴장이 국민들에게 과장되게 전달되지 않도록 고심한 결과”라고 했다.

서 수석은 “한국의 관점과 한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는 문제를 키우는 데 있으며,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이야말로 북한의 의도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대포동 발사장 주변 상황을 찍은 위성사진과 북한이 항해금지령을 내린 점 등을 토대로 발사가 임박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및 청와대 실장급들에게도 모두 보고됐다.

그러나 실제 발사일은 5일보다는 다소 뒤쪽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기상상황 등이 이유였다. 발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50% 정도는 된다고 봤다 한다. 정부는 그러나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포동 2호 발사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은 5시 직후 발사된 지 8~9분 뒤인 5시10분이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간은 5시12분이었다.

정부는 한국과 미·중·일·러는 각기 전략적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우상기자 imag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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