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유가족 전원 불참…“우리를 가만 놓아두라”

한명숙(韓明淑) 총리는 6일 군(軍)사고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오찬을 겸한 위로의 자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총리실이 지난달 ‘호국보훈의 달’과 이번주 ‘여성주간’을 겸해 미망인을 중심으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각종 군사고로 순직한 군인들의 유가족을 초청해 위로하는 성격으로 마련됐다.

특히 지난달 29일 서해교전 4주기때 총리가 불참한데 대해 총리실측이 “유가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한 뒤 마련된 행사였다. 따라서 서해교전 희생 장병 6명의 유가족들을 포함, 총 초청인원은 25명이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초청대상자인 서해교전 유가족들이 전원 불참했다.

참석인원이 당초 초청대상의 3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서해교전 유가족들의 경우 미망인 1명은 이미 이민을 떠난 상태이며 나머지 가족들도 “자리를 마련해준 것은 고맙지만 (사고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우리에겐 상처가 된다”면서 “우리를 가만 좀 놓아두라”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순수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며, 처음부터 서해교전 유가족에만 행사의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었다”며 “희생 하나하나가 고귀한 것인만큼 서해교전 유가족들이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해서 행사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2003년 3월 동티모르 평화유지 임무 수행 중 급류사고와 2004년 10월 동해상 선박침몰 사고, 2004년 4월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 사고, 지난해 5월과 9월의 비행훈련 추락사고 등으로 남편과 사별한 미망인 8명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인사를 건넨 뒤 “정부가 나름대로 돕고는 있지만 부족할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미래를 바라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치있는 삶을 살다간 남편에 대해 당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시간 가량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유가족으로 느꼈던 애로사항이나 군당국 등에 대한 서운함 등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불참자들에게는 위로의 뜻을 담은 개인서한을 이날자로 발송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