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던 북한이 5일 새벽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1998년에는 대포동 1호 미사일이 발사된 지 나흘만인 9월4일 외교부(현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라고 주장했으며 이후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 북한당국과 언론은 줄곧 인공위성이라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종전처럼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예상을 깨고 우주이용권에 속한 인공위성이 아닌 자위적 국방력 차원의 미사일이라고 시인했다.

북한이 5일 7발의 중·단거리 및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만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노동, 스커드, 대포동 2호 등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 자체가 이번 발사에 대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할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왜 북한은 과거와 달리 군사훈련임을 대외에 공포했을까?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그동안 표명해온, 즉 미국의 태도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결코 으름장이 아니라 실제상황으로 벌어질 수 있음을 미국에 경고하는데 큰 목적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 집권기간 내내 미국의 대북압박이 이뤄질 때마다 군사적 억제력을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 6월1일 외무성 대변인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북을 초청하면서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 도수를 더욱 더 높여나간다면 우리는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힐 수석대표의 방북요구를 거부했으며, 북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미국의 금융제재도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미국에게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판단 아래 미사일 발사라는 실전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는 동시에 강력한 자위적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대북압박 정책을 고수하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미국을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부적으로도 1998년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는 대미 협상용과 함께 내부적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

대포동 1호 발사 2개월 뒤인 98넌 10월은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를 통해 김정일체제가 공식 출범한 시점이었으나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민심을 추스리고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주기 위해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번에는 금융제재 등으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결사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주민들에게 심어주고 체제 수호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훈련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목줄을 죄려 하고 있지만 이에 맞설 인민군대의 능력을 확인한 만큼 일심단결의 위력을 보이자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단·중·장거리를 동시에 쐈기 때문에 자위적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자위적 차원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동시에 체제와 정권 수호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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