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 사태로 CNN이 북한 미사일과 미국의 안보 관련 소식을 매시각 톱뉴스로 보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하루 뒤인 5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폭군’ 또는 ’미스터 김정일’로 불렀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북한의 지도자’로 호칭했으며 표정도 음성도 평온했다.
그는 “일련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늘 경고하던 표현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사전 경고했음에도 이를 북한이 무시한 사실로 볼 때 보다 ’강력한 규탄’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기대와는 다른 것이다.

국제안보 문제 전문가인 짐 월시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처음에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라는 식으로 강력히 규탄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와관련, CNN의 수전 말보 백악관 출입기자는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차분하게 반응하는 그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백악관과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된 수사(rhetoric)를 될 수 있으면 ’톤 다운’(tone down) 시키려 한다는 것.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행위가 물론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태를 원근법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은 크게 세가지를 깨닫고 느끼게 됐다는 점도 소득이 됐다.

즉, 첫째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 이와관련, 한 고위 관리는 “캘리포니아의 어린이들이 대피 훈련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적인 관심을 끌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의도에 따른 것이며, 미국은 이에 ’놀아나지’ 않는 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세번째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6자회담 참가국인 일본, 중국, 한국이 일제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행위를 비난하고 나선 것에 “가슴 뿌듯이 여기고 있다”고 말보 기자는 전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길 항상 주문했던 부시 대통령은 대북 지원및 제재 문제를 놓고 이견을 빚어온 중국과 한국이 미사일 사태를 맞아 모처럼 똑같이 북한을 비판한 것에 마음이 흐뭇했는지 모른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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