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사로 야기되는 사태에 대한 책임져야”
대북 쌀.비료지원 중단 및 장관급회담 개최여부 검토
미·일·중·러 등 관계국과 후속 대응책 긴밀 협의


정부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도발적 행위로 규정,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북한의 즉각적인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 등 관련국들과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강구키로 했다.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쌀, 비료 등의 대북 지원 중단 방안을 고려하고, 오는 11∼14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당초 일정대로 추진할 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등 단계적인 대북 대응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의 유엔안보리 논의 결과와 이에 따른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치 방안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이고 정확한 상황분석을 바탕으로 관련국과 조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분야 장관들이 참석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잇따라 열어 북한 미사일 발사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서주석(徐柱錫)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은 ’정부성명’을 통해 “북한은 이번 발사로 야기되는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하여 대화로 문제를 풀고 국제적인 비확산 노력에 부응해 나갈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 수석은 “북한이 이번 발사를 강행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강경론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킴은 물론 동북아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남북한 관계에도 우리 국민의 대북정서를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명치 못한 행위로서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각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대량살상무기 운반수단을 개발한다는 것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반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북핵문제를 둘러싼 제반 국면전환을 노리는 정치적 압박때문이 아닌가 한다”면서 “이런 모든 점을 면밀히 분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향후 대북 지원 방향에 대해 “미사일 발사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며 “구체적인 대북지원 문제는 부처간, 관련국들간 협의를 해가면서 조율하고 단계적으로 취할 조치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세(李寬世) 통일부 정책홍보실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남북장관급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전개되고 있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 쌀 차관 제공과 비료 추가 지원 문제와 관련, 이종석(李鍾奭) 통일부장관이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보고에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면 개성공단사업 같은 경우는 몰라도 추가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며, 쌀·비료 지원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대포동 2호 미사일 1기와 스커드 및 노동급 미사일 5기 등 총 6기의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공식 확인하고, 대포동 2호 미사일은 발사후 동해상에 추락해서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일전 북한이 내부적으로 동해 특정해역을 설정해놓고 자국 선박들에게 ’항해금지’를 지시한 정황을 파악,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응책 마련을 강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 전군에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군의 이상징후는 포착되지 않아 ’대북방어준비태세’(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는 평상시 단계인 ‘데프콘 IV’를 유지했다.

반기문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에 심각한 위협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관련국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반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를 평소와 같이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라이스 장관은 “내일 유엔 안보리 회의 논의가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북한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하지만 상황 악화는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은 이날 오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와도 만나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반 장관은 또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외무장관과도 연쇄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도 이날 밤 (워싱턴 시간 5일 오전)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만나 후속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오전 7시5분께 국방부 청사를 방문, 이상희(李相憙) 합참의장 등과 상설 한미군사위원회(MCM)를 개최하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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